엘니뇨 없었는데도 기록적 폭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절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지구 역사상 네 번째로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여름 전 세계에 들이닥친 기록적인 폭염은 과학자들이 경고해 왔던 ‘기후 변화 시대’의 미래상과 매우 흡사하다. 밀, 옥수수 같은 곡식의 수확량은 대폭 줄어들 게 거의 확실하고, 세계 곳곳에선 살인적인 무더위로 사상자가 급증했다. 유럽의 일부 핵 시설은 폭염 때문에 원자로를 식혀 주는 냉각장치가 고장나면서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각종 기후 변화 통계들은 이러한 일들이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통계 자료를 인용한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2018년은 역대 네 번째로 뜨거운 해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으로 당시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폭염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세 번째로 더웠던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엘니뇨 현상이 없었는데도 기록적인 폭염 현상이 지구촌을 강타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지구의 평균 기온이 4~5도 올라가고, 해수면도 최소 10m에서 최대 60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통계적으로 볼 때, 이 같은 기온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이어서 과거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18년 동안 연 평균기온이 상승한 적은 무려 17번이었다. 온난화 추세가 매우 꾸준했다는 의미인데, 그 속도 또한 빠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기상학과의 대니얼 스웨인 교수는 “우리는 단지 ‘좀더 더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아직 새로운 ‘표준’에 도달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온 상승 흐름은 ‘안정기’에 접어든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통계에서도 나타나는 최근의 기후 변화는 이미 전 세계에 상당한 피해를 가져 왔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한달 새 100명 이상이 숨졌고, 호주와 러시아 등의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세계 각국의 곡물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기록적인 가뭄과 산불, 홍수를 한꺼번에 겪기도 했다.

기후 변화가 가져온 이 같은 ‘재앙’은 결국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산업시설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지난 80만년 중에서 작년의 대기 중 탄소 농도가 최고치였다는 조사결과마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2015년 12월 전 세계 190여개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고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에 나섰지만, 각국의 감축 목표량 이행 수준은 턱없이 낮다. 탄소 배출량 1위 국가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아예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버렸다. 기후변화 재난에 취약한 가난한 나라들을 돕는 모금에도 선진국들이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게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은 지난달 발표한 학술지에서 “2080년 미국에서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 규모는 지금의 5배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개발 국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예를 들어 필리핀의 경우는 무려 12배나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과학자들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과 같이, 일상적 삶의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NYT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의미하게 줄인다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기후변화에 따른 최악의 결과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게 과학계의 조언”이라고 전했다.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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