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때까지만 해도 기무사령부 회의실에는 역대 사령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단 한 명 김재규는 예외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를 군문(軍門)에서 배제하는 게 국방부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의 죄를 범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역대 사령관으로 인정한 것과 비교할 때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비등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문제가 됐다. 그러자 기무사는 올해 4월 회의실에 걸려 있던 모든 역대 지휘관 사진을 떼내 역사관으로 옮겼고 논란은 잠잠해졌다.

▦기무사 개혁 와중에 역대 사령관 사진 논란이 재소환됐다. 기무사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사)로 전환하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역사관을 유지할지, 역대 사령관 사진은 어떻게 할 지가 화두에 오른 것이다. 국방부는 고심 끝에 내란·외환 등의 중범죄로 처벌받은 지휘관이라도 홍보 목적 사진의 사용은 금지하지만, 기록 차원에서 역사관에 게시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훈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는 마당에 김재규나 두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가 부각된다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역사관 유지 여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무사의 과거 단절 고민은 비단 역대 사령관 사진뿐이 아니다.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은 21명 4개팀으로 신설 사령부 창설준비단을 출범시키면서 기무사 출신은 조직편제팀장 1명만 포함시키는 등 기존 기무사를 배제시키는 데 철저했다. 하지만 창설준비단을 지원할 ‘창설지원단’을 기무사 요원으로 구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끄럽다. 지원단이 새 사령부에 잔류할 기무사 요원을 선발하는 임무까지 맡았다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다. “지원단은 그야말로 행정적 지원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국방부의 부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셀프 개혁’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다.

▦개혁의 한계는 안보사 골격이 나올 때부터 지적됐다. 기무사는 4,200명의 인력을 3,000명 이하로 줄이는 기구 축소와 시도 단위 600부대 폐지 등 과감한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방부를 견제하기 위해 사령부 체제를 유지하고 쿠데타 등 국가 전복 방지를 위한 기능 또한 존치시키면서 불씨를 남겼다. 대통령의 통수권 보좌라는 명목이지만 저런 식이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과거 기무사가 부활할 충분한 토양이 된다. 이번 개혁을 두고 ‘도로 기무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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