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부족,뇌물 진술 신뢰 못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 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지원을 받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1) 전 국세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청장에 대해 “국정원 의도를 알고 해외 조사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뇌물 제공자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구속돼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이어온 이 전 청장은 즉시 석방됐다.

이 전 청장은 국세청장 재직 시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해달라’는 원 전 국정원장 요구를 받고 국정원 대북공작금 10억원 가량을 김 전 대통령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사업’을 수행하는 국세청 직원들에게 지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으로부터 공작 활동비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데이비슨 사업에 대해 원 전 원장과 이 전 청장이 구체적인 대화를 했다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알려준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의도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을 공범 관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원 전 원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 진술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청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했던 검찰은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불법적 요구를 하면 국가기관이 그대로 따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동의할 수 없는 결론”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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