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버카충’ ‘갑분싸’. 모두 사전에는 오르지 않은 신조어이다. 그리고 이 말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줄여서 쓰는 ‘약어’라는 것이다. 구나 문장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각각 ‘엄마 친구 아들’ ‘버스 카드 충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흔히 이렇게 줄여 이르는 것이 최근 들어 유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조어 방식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직선제’는 지금도 사용하는 말인데 ‘직접 선거 제도’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지자체’ ‘수능’도 한 단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실은 ‘지방 자치 단체’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긴 말을 줄여 이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다만 줄이는 방식에 최근 들어 변화가 있다. 전통적으로 줄여 이르는 말은 구 구성에만 적용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예 문장을 줄여 이르는 경우도 흔하다. 앞서 본 ‘갑분싸’ 외에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등도 모두 문장을 줄인 말이다. 즉 더 다양하고 제약 없이 약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사용되었던 약어는 사전에 오른 말도 많다. ‘직선제’ ‘지자체’ ‘수능’은 모두 사전 등재어이다. 신조어 약어도 모든 국민이 사용하여 정착된다면 한 단어로 사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갑분싸’나 ‘답정너’가 사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문장을 줄인 말을 사전에 등재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사전의 등재 원칙이 바뀌지 않는다면 ‘갑분싸’나 ‘답정너’가 사전에 오르기는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