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자 발표 미뤄… 靑 ‘구걸 논란’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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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한 김 부총리
“혁신성장, 삼성이 선도적 역할을”
이 부회장 “AIㆍ바이오 등 집중투자”
투자ㆍ고용 확대 결과물은 못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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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투자 당부, 靑 강경론에 퇴색
“정부 정치력 부재 큰 문제” 비판

김동연(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6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본관 앞. 한국 재계 1위 삼성의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에서 내리자 예의 ‘90도 인사’를 했다. 환하게 웃은 김 부총리는 방명록에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礎石)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 부회장은 “(폭염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경제에) 좋은 징조”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두 사람은 반도체 라인 투어(30분)와 비공개 정책 간담회 겸 오찬(2시간)을 갖고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 순방 당시 이 부회장을 만났을 때 당부했던 투자 및 고용 확대에 관한 결과물은 이날 나오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후 15개월만에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대신 공허하고 선언적인 미사여구들로 채워졌다.

당초 삼성은 투자ㆍ고용 계획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부터 LG를 비롯 현대차, SK, 신세계 등 김 부총리가 대기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마다 각 그룹은 투자ㆍ 고용 계획을 내 놨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제기된 ‘삼성을 향한 정부의 투자ㆍ고용 구걸 논란‘은 재를 뿌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구걸하지 말라 등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과 관련해 청와대와 김 부총리 사이에 의견 조율은 있었다”고 확인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정부가 삼성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류가 전달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경제 위기 극복과 ‘정부와 기업간 소통’을 위한 의미 있는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회동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결국 찜찜한 뒷맛만 남겼다. 정부 내 소통도 안 되는 마당에 정부와 재계의 소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란 쓴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의 당부마저 청와대 내 강경 목소리에 빛을 잃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치력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등) 청와대와 김 부총리 간 갈등이 표출 된 게 이미 여러 번”이라며 “내부 봉합이 안 된다는 것은 청와대 일부가 경제수장인 김 부총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인데 이는 기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선진국에서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정부 관료들이 기업 대표를 만나 고용이나 투자를 협조해달라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날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혁신성장’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인 삼성의 역할이 지대하다”며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동반성장의 모범을 만들고 확산하는 데 주도적 역할도 부탁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 인재 양성, 창업 활성화 등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심을 갖고 적극 노력하겠다”며 “특히 인공지능, 5G,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또 “반도체 사업에 철두철미한 기술개발과 투자로 초격차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스마트팩토리 보급 지원을 1,2차 협력사뿐 아니라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정부에 ▦바이오 산업 관련 규제 완화 ▦평택단지의 안정적 전력 확보 ▦핵심산업기술 보호 ▦외국인 투자 문제 관련 건의 사항도 전달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평택=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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