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수석, 靑서 임종헌 면담 직후
윤 장관에 유엔 법관 파견 요청
청와대-대법원 거래 수사 집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6월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 파견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에 로비를 했고, 이에 청와대가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실제 법관 해외 파견 자리(T/O)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사법부가 강제징용 판결에서 청와대 편의를 봐 준 대가로 이런 특례를 얻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 신봉수)는 최근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2013년 말경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보낸 서신을 확보했다. 이 서신에는 ‘미국 뉴욕의 유엔대표부에 법관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0년 끊긴 법관의 해외 파견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 등 여러 곳에 전방위 로비를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서신이 쓰여지기 직전인 그 해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주 전 수석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는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 보상과 관련한 판결들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였다. 그 해 8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소송, 9월에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각각 대법원에 올라왔다. 임 전 차장은 청와대를 찾아 주 전 수석에게 강제징용 소송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주 전 수석 면담 직후 윤병세 장관에게 파견 법관 자리(유엔대표부)까지 명시한 서신이 전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법부가 강제징용 판결 방향이나 처리 시점을 청와대에 약속해 주고, 대가로 법관 파견을 약속받았을 개연성을 높이는 정황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경색을 우려하던 청와대와 기관 이익(해외 파견)을 추구하던 대법원이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 면담과 서신 이후 이듬해인 2014년 6월부터 유엔대표부에 ‘사법협력관’이라는 이름으로 법관이 파견됐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주 전 수석 면담 한 달 전인 2013년 9월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며 당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등이 포함된 인사위 명단을 정리한 문건도 확인했다. 검찰은 법관 파견과 관련한 청와대 의사 결정에 김 전 실장이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 전 실장은 대법원이 구속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구속 1년 7개월만인 6일 0시 석방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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