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 7월 회의
잘 정돈돼 있고 구성 깔끔하지만
소비자 아닌 생산자 입장서 제공
기사 배치 기준도 알기 어려워
모바일엔 사진ㆍ글자 심하게 빼곡
포털 제공 뉴스 5중 2, 3건 ‘단독’
특종기사 무게 스스로 떨어뜨려
사건 기록 전수 분석 장자연 기획
김지은 기자 ‘삶도’ 인터뷰 화제
페북 外 스냅챗ㆍ인스타 신경써야
한국일보 7월 독자권익위가 지난달 18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배정근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디지털 뉴스 부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한국일보 독자권익위가 지난달 18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려 최근 지면과 디지털 뉴스 부문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위원장인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권선희(사이출판사 대표) 박홍빈(취업 준비생) 신정호(한국리서치 이사) 신현호(경제 칼럼니스트) 이상민(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 이용백(현대상선 대외협력실장) 위원,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배정근

이번 회의에서 인터넷 PC와 모바일 부문을 포함한 디지털 뉴스를 집중 논의하겠다.

권선희

한국일보 어플리케이션(앱)과 네이버 채널구독을 통해 뉴스를 봤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먼저 ‘단독’에 대한 피로도다. 네이버 채널에서 한국일보가 편집한 5개의 기사 중 2, 3개가 단독일 때도 있다. 독자 입장에서 ‘단독’은 꼭 봐야 할 것 같은 긴장감, 경각심이 든다. 그런데 막상 읽어 보면 이런 기사를 단독이라고 할 수가 있나 싶다. 기자들이 단독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닌가. 모바일과 PC의 기사 뒤에 ‘관련 기사’ ‘더 보면 좋은 기사’를 분류해놨다. 그런데 관련 기사가 절대 관련이 있는 기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관련 기사 연결이나 검색기능도 떨어진다. 가령 ‘완전 범죄는 없다’의 관련 기사에 ‘아시아나 기내식 파동’, ‘이병헌 회당 2억’ 등이 뜬다. 엉뚱한 기사가 나오니 읽기에 불편하다.

박홍빈

언론사들의 디지털 홈페이지 환경이 거의 비슷했다. 왼쪽에 기사가 나열되고 오른쪽에는 오피니언, 핫토픽 등이 정리되어 있다. 한국일보 홈페이지에는 사진이 많고, 왼쪽에도 기사가 아닌 사진을 배치했다. 너무 많은 선택사항을 눈앞에 둔, 슈퍼마켓에 들어온 느낌이라 혼란스러웠다. 모바일의 경우 사진, 글자가 지나치게 많았다. 차별화 노력은 좋으나 수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였다. 사진들은 힘을 가지거나 기사를 상징하지 않아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칼럼’에는 한 달 전, 보름 전 칼럼이 뜬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폐가에 들어선 기분이 순간 들었다.

신정호

홈페이지는 정돈이 잘되어 있으나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동영상, 사진을 단순 나열하기 위한 용도, 강박관념 때문에 넣고 있는 건 아닌가. 뉴스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한국일보 콘텐츠의 장점이 분명히 있는데 강하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이나 PC의 구성은 깔끔하지만 카테고리 구성이 너무 일반적이고, 무엇이 초점인지 알 수 없다. 처음 들어오는 방문자는 뉴스 찾기가 어렵다. 최근 이슈들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빼놓아 쉽게 보도록 해야 한다. 검색을 하면 일부만 뜨거나 아예 뜨지 않는데, 검색 알고리즘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용백

한국일보 페이스북 팔로어 수가 31만명 정도로, 다른 언론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기자 각자의 콘텐츠가 부족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하면 기자 본인과 회사를 알리고 제보도 활발하게 받을 수가 있다. 기자의 열의, 회사 차원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박홍빈

페이스북 이용자가 작년에 소폭 감소했다. 인스타그램(인스타)만 이용자가 증가했다. 젊은층의 페이스북 사용은 줄고 있다. 한국일보도 인스타 등의 새로운 플랫폼과 흐름에 맞춰 변화했으면 좋겠다. 한국일보의 유명 콘텐츠들이 인스타 검색창에는 올라오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아닌 스냅챗이나 인스타를 생각해야 한다.

이용백

SNS의 트렌드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은 맞다. 기업 사보 제작을 할 때도 대상이나 알고리즘을 다르게 작업한다. 페이스북에는 와이드형 사진이 실리고 인스타는 장방형 사진이 실린다. 언론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뉴스라는 콘텐츠의 양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페이스북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신문이 뉴스의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어떤 뉴스를 좋아하는지, 개인별 뉴스 피드(뉴스 업데이트 서비스)를 고려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때다.

이상민

홈페이지에 사진이 자주 나와 자연스럽게 클릭하는 장점이 있다. 뭐가 중요한 것인지는 고민이 된다. 기사 배치가 중요도, 관심, 클릭의 순인지 알 수 없고, 편집 방침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논설위원이 쓰는 ‘논담’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관련 내용을 PC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의 사진’은 사진과 간단한 설명 대신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 좋겠다.

신현호

직장인들 대부분이 사무실이나 집에서 모바일로 기사를 본다. 결국 디지털은 거의 모바일이다. ‘여론 속의 여론’은 상당한 의미가 있고 심도 있으며 전달력도 좋다. 그런데 모바일로 보면 전달이 안 된다. 지면기사가 모바일로 갈 때 차트 등에서 문제가 나타난다. 기사에 차트가 대여섯 개 있는데 모바일에서도 이를 모아 놨다. 하지만 기사와 차트가 연결이 안 되어 있어 ‘그래프가 있구나’하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배정근

언론 입장에서 온라인 지면 구성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는 고민스러운 문제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을 보면 신문을 보는 사람들의 읽는 습관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슈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것은 종이신문의 장점인데 디지털판에서도 잘 구현했다. 마치 종이신문을 보는 듯하다. 그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비디오와 오피니언을 강조하고, 뉴스 중요도에 따라 기사를 편집하고 배열하는 것이다.

우리 언론은 뉴욕타임스 식으로 가거나, 한국일보처럼 박스 식으로 편집하기도 한다. 한국일보는 전체적인 구성이 사진 중심이다. 보기에 좋으나 이슈 중요도를 파악하거나 많은 뉴스를 보여 주는 측면이 부족하다. 뉴스의 리드도 보여 주지 않는다. 특히 상단 오른쪽 기사들은 주목도가 높은 만큼 배열기준을 세워야 한다. 얼마 전에는 남편 성기를 절단한 기사가 올라왔다.

하단에는 좋은 기사가 많으나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피니언은 거의 밑에 배치했는데, 다른 언론들은 오피니언 면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 상단에 배치해 잘 보이게 해야 하지 않나. 디지털 기사는 기사를 충분히 길게 쓸 수 있는데, 홈페이지 전면에 뜨는 기사의 길이는 대부분 짧다. ‘카드뉴스’ ‘뒤끝뉴스’ ‘기억할 오늘’의 배너는 불필요하게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모바일로 기사를 볼 때 네이버 채널에서 한국일보 인링크 기사는 잘 되어 있다. 아웃링크로 넘어갈 때 기사 품질이 뚝 떨어진다. 아웃링크로 간다는 것은 한국일보 앱으로 간다는 것인데 그 초기 화면을 잘 만들어야 독자들이 계속 머물 수 있다.

모바일 앱의 배열방식에 문제가 있다. 상단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제목 바로 아래에 있는데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기사 줄 간격도 넓다. 기사 바로 아래 4개짜리 광고가 있어 기사를 읽기 어렵다.

이용백

택시를 타고 오는데 운전사가 한국일보를 구독하고 있고, 신문 중에 가장 불편부당하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이 한국일보 메신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토요일인 7월 7일 식약처에서 고혈압 약에 들어가는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처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인터넷 세상이 시끌벅적 했다. 이틀 뒤 한국일보에 관련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한국일보 사업인 미스코리아 대회의 콘텐츠는 개인, 마니아들이 많이 올린다. 회사 차원에서 공식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공하면 좋겠다.

박홍빈

‘탈코르셋 운동하는 미스코리아도 있답니다’(6월20일자 20면)는 흥미가 가는 기사였다. 정형화된 여성미 기준을 탈피하고 자기 의지대로 외형을 꾸미자는 이 운동과 그 반대인 미스코리아 대회가 어떤 관련이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사례가 두 가지뿐이고 내용이 빈약했다.

권은희

디지털 기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기사는 김지은 기자의 ‘삶도’ 인터뷰다. 여성지와 일간지 스타일 중간에서 기준점을 잘 잡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인터뷰는 ‘윤여준’을 다시 보게 했다. 지면에는 요약한 기사가 나가는데 흐름이 끊겨 재미가 덜하다. ‘가만한 당신’ 기사처럼 1개 면을 할애해도 많은 사람이 읽을 것 같다.

이상민

김 기자의 ‘삶도’ 인터뷰를 흥미 있게 봤다. 지면기사는 밋밋한데 기사 뒤에 홈페이지에서 전문을 보라고 하니 맥이 풀렸다. ‘전관 꽃길 사양하고 시골판사 택한 박보영 前대법관’(7월18일자)은 좋은 기사지만, 대법관 출신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사례가 여럿 있는데 김영란 전 대법관 한 명뿐이라고 되어 있다.

신현호

오피니언 면의 경우 화제가 되는 인물을 칼럼니스트로 섭외해야 한다. 최근 S신문이 필진개편을 했는데 콘셉트가 ‘현재 화제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한국일보는 특정 이념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진 섭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그래픽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이긴 하다. ‘그렇구나! 생생과학: 로봇청소기의 작동원리’(7월14일자 16면)에 7개 그래픽 가운데 3개는 아쉽다.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상은 넘어서지 못했다. 경제 기사에서 그래프를 많이 활용하는 데 이해하기 어렵거나 본문과 어울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픽 담당 기자가 외부 통계 전문가와 개선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신정호

한국일보의 장점은 휘발성 기사가 아닌 기획기사나 연재기사에 있다. 중요 이슈인데도 기사로 다루지 못한 것들이 꽤 있고, 깊이나 정도가 떨어지는 기사도 있다. 이런 문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

배정근

다양한 채널이 생기고 뉴스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해 간다. 그만큼 언론사와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과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일보를 가장 많이 보는 독자들은 모바일로 본다. 모바일 공간에서 한국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디지털형 기사가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장자연 사건기록 5,048쪽을 전수 분석한 기획기사(7월6일자 1,4,5면)가 그런 성공 사례다. 사건 기록들을 인터랙티브하게 제공해 굉장한 화제를 일으켰다. 제약이 많지만 종이신문 제작에 집중된 시스템을 모바일 중심으로 조속히 바꿔야 한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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