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여자 주인공 박민영
신데렐라 공식 깨트려 호평
박민영은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하면서 처음 해보는 게 많았다. 외모를 돋보이기 위해 ‘속눈썹’을 처음 붙여봤고, 스트레스 없이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나무엑터스 제공

“제가 제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더라고요. 처음이었어요.”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올해로 데뷔 12년을 맞은 배우 박민영(33)은 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김비서’)를 촬영하면서 이 같은 경험을 했다. 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민영의 얼굴은 박꽃처럼 환하게 피어 있었다.

“김비서’를 촬영하면서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어요. 우리나라 드라마 여주인공 캐릭터의 사연이 ‘고구마’(수동적이고 답답한 캐릭터나 상황을 빗대어 하는 말) 전개나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맡은 김미소는 달랐어요.”

유명그룹 부회장 이영준(박서준)을 9년간 보필한 개인비서 김미소는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진다. 똑소리 나는 일 처리와 미소를 잃지 않는 자기관리로 ‘비서계의 레전드’로 불리던 그녀였다. 사표 제출을 계기로 상사와 비서 사이의 ‘갑을관계’가 뒤집힌다. 꾹꾹 참으며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던 김 비서가 할 말 하는 ‘걸크러시’로 바뀐 것이다.

박민영은 오랜만에 능동적인 여주인공을 만나 반가웠다. 대본을 읽으며 신이 났다. 첫 회부터 “누군가의 비서나 가장이 아닌 김미소의 인생을 살고 싶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박민영은 “직장인 ‘미생’으로서 상사들에게 ‘그만둘게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너무 멋있었고,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고 했다. “가끔 배우가 아닌 박민영의 인생을 살고 싶을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고 시작하는 스토리가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비서와 배우라는 직업은 환경은 다르지만 일로 고된 건 똑같잖아요.”

박민영은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9년 간 보필한 유명그룹 부회장 이영준(박서준)에게 사표를 던지는 개인비서 김미소를 연기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나무엑터스 제공

# 억지로 끼워 맞춘 설정ㆍ대사 없어
고민 없이 캐릭터에 완벽 집중
비서 오피스룩 소화 위해
4개월간 운동 근육량 늘리기도

그간 갈증을 느꼈던 여주인공을 만나니 연기가 술술 풀렸다. 드라마가 끝나고 배우, 스태프들과 종방연을 할 때였다. 한 여성 스태프가 다가와 “민영아, 화면 속의 네가 (드라마를) 너무 즐기고 있다는 게 보였어. 눈이 너무 신이나 보이더라”고 했단다. 박민영은 “대본 분석이나 캐릭터 연구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대본을 받으면 전체 줄거리를 살피고, 각자의 캐릭터를 분석해 촬영에 들어간다. 하지만 박민영은 ‘김비서’에 출연하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억지로 끼워 맞춘 설정이나 이해 못 할 대사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캐릭터가 제 스스로 합리화되지 않으면 곤란해져요. ‘이 대사를 왜 하지’ ‘이런 행동을 왜 했을까’ 하는 의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지며 설득해야 하거든요.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책임감 없이 대사를 하면 정말 목석 같은 연기가 나와요. 그러면 또 혼자 끙끙 앓고 속상해하죠.”

이영준(박서준)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김미소(박민영)의 리본 달린 블라우스를 풀며 키스를 했다. 저고리의 옷고름을 풀 듯 야릇한 분위기를 낸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됐다. 리본 달린 옷으로 설정을 바꾼 건 박민영의 아이디어. 방송화면 캡처

박민영은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동명의 소설과 웹툰 속 김미소를 방송에서도 재현하기 위해 맞춤 작업에 돌입했다. 4개월간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여 단단한 몸매를 만들었다. 비서의 ‘오피스룩’을 구현하기 위해 H라인 스커트 등은 모두 별도 제작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아예 밥을 먹지 않았을 정도”로 집중했다. 하루에 3~4시간 자는 빡빡한 환경 속에서도 ‘술주정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등을 생각하며 대본을 끼고 살았다. 몸은 고됐지만 촬영장 가는 길은 즐거웠다. 그러한 노력은 평균시청률 7%대의 결실로 돌아왔다.

‘김비서’는 단순한 신데렐라스토리가 아니었다. “기존 로맨틱코미디 여주인공의 공식을 깼다”는 호평을 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마지막에 드러나죠. 좋은 여성 캐릭터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 역시 연기하면서 치유받았거든요.”

박민영은 상대역 박서준(31)과의 열애설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인터넷에 퍼진 짜깁기 사진 등에 항변하고 싶지만 해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니까요. 요즘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이 인터뷰를 하던데 열애설로 가려지니까 미안해지더라고요. 언제든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되면 (소문이 나기 전) 말씀 드릴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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