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은처자 의혹 등으로 종단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6일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의 용퇴 결단으로 조계종 내홍은 외형적으로는 종식될 것으로 보이나 갈등의 불씨는 꺼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주지협의회) 회장인 성우 스님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설정 스님을 예방한 뒤 “총무원장 스님이 16일 개최하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시겠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최근 종단 원로 설조 스님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며 40일 가량 단식 농성을 하는 등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하여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 사퇴는 기정사실화됐으나 시기를 두고선 이달 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있었다.

주지협의회는 성우 스님의 설정 스님 예방에 앞서 이날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임시회의를 열어 설정 스님 거취와 퇴진 이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우 스님은 “주지협의회는 이달 23일 일부 세력이 개최하려는 승려대회는 적극 반대한다”고도 밝혔다. 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은 지난달 30일 설정 스님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종단 안팎의 논란 속에서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돼 11월부터 업무를 수행해 왔다. 선거 당시 은처자 의혹과 더불어 학력(서울대 졸업) 위조,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등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등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은 학력 위조는 인정했으나 은처자와 축재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해 왔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상대 후보 등으로부터 종단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1일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이 은처자 의혹을 정면으로 다뤄 법정싸움에 들어갔다.

설정 스님의 퇴진이 확정되면 종헌 종법에 따라 총무부장이 권한대행을 맡아 60일 내 총무원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다. 종단 내부에서 거센 비판을 받던 설정 스님이 퇴진하고 11월이면 새 총무원장 체제가 출범할 수 있으나 종단 내 갈등은 여전할 전망이다. 종단 내 설정 스님 반대파는 현 선거체제가 자승 스님과 설정 스님에게 유리한 구도로여서 개혁적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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