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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실패 출구전략으로… ‘심리불속행 기각’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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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실패 출구전략으로… ‘심리불속행 기각’ 확대 나서

입력
2018.08.02 04:40
수정
2018.08.02 08:4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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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서

‘심불’ 60%서 80%로 높이고

상고허가제와 동일 운용 검토

3심 판단 못 받는 재판 늘어

재판 받을 권리 침해 비판 제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총력으로 밀던 상고법원 입법화가 정부와 국회 등 반대로 무산 국면에 접어들자 ‘심리불속행(심불) 기각’ 판결 확대를 후속책으로 내건 문건이 확인됐다. 형사를 뺀 민사, 가사, 행정 사건 중 상고 이유가 부적합한 사건은 대법원 심리 없이 하급심 판결로 확정하는 제도로 행정처의 의도적이고, 정책적인 심불 기각 판결 확대 방침은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중 ‘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2015년 11월 행정처 대외비 문건)을 보면,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해 모든 사법역량을 집중했으나 성사가 어려운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며 ‘BH(청와대)의 확고한 반대 뜻을 전환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란 대목이 나온다. ‘여당(당시 새누리당)에선 검찰 출신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대법원 유죄 선고 이후 사법부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며 실패 원인을 자체 분석했다. 이어 ‘CJ(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을 의미) 리더십 약화라는 최악의 위기상황 초래와 사법부 위상 추락’ 우려를 들며 상고법원 실패의 출구전략 방안을 강구했다.

그러면서 ‘심불 기각 적극 활용 강화’를 들었다. ‘현 60%인 심리불속행 비율을 80%로 제고’라는 구체적 목표 수치까지 담고 ‘사실상 상고허가제(선별적 상고 허용)와 동일하게 운용 방안 적극 검토’라는 문구를 더했다. 3심 판단(본안)도 받지 못하고 판결 이유도 없는 판결서 1장만 달랑 받게 되는 재판 당사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간에도 이 제도는 패소를 납득 못하는 국민의 ‘사법 불신’을 키워왔다.

당시 행정처도 이를 의식한 듯 유의사항으로 ‘심불 비율만 증가하는 방안은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고 강한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문건에 썼다. 2015년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심불 기각을 폐지해 모든 판결 이유를 제공해 신뢰 받는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공언했었다. 굵직한 사회 변화를 꾀할 판결만 대법원이, 개인간 다툼 등 일반 사건은 상고법원이 처리하게 되면 1인당 연간 3,000건 이상 사건 처리로 허덕이던 대법관이 심불 기각을 안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심불 기각률은 2015년 60.7%(민사)에서 지난해 77.2%로 크게 늘었다. 아울러 문건에는 소송 액수가 5,000만원 이하인 ‘소액 사건’의 상고제한 방안 등도 담겨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제대로 된 상고심 심리가 어려울 만큼 대법원 사건 적체가 심해 불가피한 방편으로 심불기각제가 운용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행정처가 사건별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심불 기각을 의도적으로 그 비율을 끌어올리려 한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법원 편의주의 사고”라고 비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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