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공개 안 되는 허점 이용
건설업체, 경쟁률 부풀리기 꼼수
부동산 시장 거품ㆍ교란에 일조
법조항 없어 수사ㆍ처벌 어려워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학생 이모(24)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하나 받았다. 주택청약 통장이 있다면 현재 분양중인 모 아파트단지 청약에 참여하고 ‘2만원’을 받아가라는 것. 지인은 “어차피 당첨 가능성이 낮은 지역인데다, 당첨된다 하더라도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이씨를 유혹했다. 아파트 청약을 신청한 뒤 2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이씨는 “손해 보는 일도 아니고, 청약 신청만 했다가 취소하면 되는 ‘간단한 아르바이트(알바)’ 정도로 생각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대학생 사이에서 실제 거주 목적이 없는데도 주택 청약을 신청한 뒤 수수료를 받는 알바 아닌 알바가 성행하고 있다. 건설회사나 분양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소정의 상품권을 받고 ‘아파트투유’ 같은 인터넷 청약사이트에서 주택 청약을 신청한 뒤 빠지는 방식인데, 청약경쟁률을 허위로 높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켜 부동산시장 거품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분양은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면 덩달아 수요자가 많아지고, 따라서 분양권에 웃돈이 형성되기도 한다. 단지 분양 홍보 수단으로도 만점이다. ‘청약 통장 알바’는 건설회사 등 입장에선 돈을 들여서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종의 꼼수인 셈.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은 실수요만으로는 높은 경쟁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청약 통장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청약경쟁률은 공개돼도 실제 ‘계약률’은 공개되지 않는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기자

이런 행위는 엄연히 실수요자의 청약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정작 처벌할만한 법 조항은 딱히 없다. 현행 주택법 65조(공급질서 교란금지) 1항에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양도ㆍ양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체결되지 않은 청약 신청 자체만을 문제 삼기는 애매해서다.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이전에도 지나치게 잦게 청약 당첨이 된 사람들을 모아 업무 방해로 고소했지만 전부 무혐의 처분이 났다”면서 “실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미수’에 그치는 정도 사안인데다, 이득을 본 금액 자체도 워낙 소액이라 수사나 처벌이 어렵다고 들었다”고 난색을 표했다.

현재로선 ‘2만원의 유혹’에 굴한 뒤 혹시 치러야 할지도 모를 미래의 불이익을 되새기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청약 조정 대상’으로 지정된 서울 전체와 경기 부산 세종 일부 지역 등 40곳은 ‘재당첨 금지’ 규제를 적용 받아 과거 청약에 당첨된 이력이 있으면 향후 5년간 분양 자격이 제한된다. 당장은 실제 주택 당첨 여부가 중요하지 않더라도 진짜 주택이 필요할 시점에 이르러 기회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사전에 이와 같은 ‘허위 청약’을 걸러내는 한편, 단속과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계약률도 공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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