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메신저로 극비 방미
이산가족 상봉ㆍ산림 협력 등 위해
‘북미협상’ 길잡이로 적극 외교
강경화 장관도 폼페이오 만나
“제재 틀 안에서 예외를”입장 전한 듯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정 실장은 방미 기간에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한미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나란히 미국을 찾아 북미 협상의 ‘길잡이’ 역할에 돌입했다. 이들은 비핵화 성과 도출과 남북 협력 활성화를 위해 미국에 부분적인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집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본격적인 이견 조율에 나섰다는 평가다.

정 실장은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후 22일 귀국했다. 정 실장은 인천국제공항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적으로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에 대해 매우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오는 27일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9월 유엔 총회에서의 남북미 종전선언, 10월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전 북미 대화에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에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을 만나 조기 종전선언을 설득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월 종전선언 가능성에 “북미 간 의견 접근이 더 이뤄져야 한다”며 “미군 유해송환처럼 구체적 조치들이 있으면 그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특히 볼턴 보좌관과 대북제재 예외 적용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간 철도, 도로, 산림 협력을 위해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원 과정에서도 광케이블과 연료, 차량을 북한에 지원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문의하고 예외 인정 조치를 밟았다.

강 장관도 2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부분적인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당직자는 이날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간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서 (제재) 예외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북과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제재 틀 안에서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및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협의하면서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 외교에 나선 배경에는 북미 모두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쓸 데 없는 훈시질 하지 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이산가족 상봉 무산을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는 우리 정부가 적극적 역할에 나서 달라는 메시지가 깔렸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어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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