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19)]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참가 기사의 66.2%는 1회용품 사용
텀블러ㆍ머그컵 사용하는 외국 선수들과 대조
바둑TV 시청자들도 “친환경 역행” 비판
지난 달 30일 열린 ‘2018 국민은행 KB바둑리그’에서 한국물가정보 소속 강동윤(오른쪽) 9단이 플라스틱 1회용품에 담긴 음료를 마시면서 BGF리테일 CU 소속 박영훈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바둑TV 캡처

국내 프로바둑 기사들의 1회용품 사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프로바둑 기사들이 실전 대국 때 커피나 차 등의 음료 용기로 1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회용품 대신 머그컵이나 텀블러 등을 사용하는 사회 분위기와 대조되는 모습니다.

방송 대국에서도 1회용품을 들고 나오는 프로바둑 기사들이 적지 않다. 현재 바둑TV에서 매주 방영 중인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달 14일 개막 이후 이달 13일까지 진행된 KB국민은행 바둑리그(2군 퓨처스리그 제외)를 분석한 결과, 대국에 나섰던 140명의 기사들 가운데 67.1%에 달하는 94명이 1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을 들고 경기에 임했다. 전국 방송의 이 리그에 출현한 프로바둑 기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1회용품을 들고 나왔단 얘기다.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소지하고 대국에 나선 기사는 신안천일염 소속 한태희(25) 6단이 유일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주요 세계대회 등과 일정이 겹쳐 결방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연말까지 매주 목~일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전국에 생중계 된다.

지난 달 28일 벌어진 ‘2018 국민은행 KB바둑리그’에서 킥스 소속 백홍석(왼쪽) 9단이 1회용 종이컵에 든 음료를 마시면서 신안천일염 소속 한상훈 8단과 대국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시청자들의 시각 또한 곱지 않다. 경기 용인에서 방과후 학습으로 바둑 수업을 택한 9살 아들을 둔 김모(43)씨는 “최근 아들에게 1회용품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을 해줬는데, 며칠 전 시청한 바둑TV에서 막상 프로바둑 기사들이 플라스틱 1회용품에 담긴 음료를 마시면서 대국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할말이 없어졌다”며 “방송에 나온 프로바둑 기사들은 친환경 문제와는 무관한 사람들로 보였다”고 꼬집었다.

바둑TV측은 프로바둑 기사들의 1회용품 사용 자제를 권고할 순 있지만 규정상 강제할 순 없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 찾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민석 바둑TV 편성팀장은 “몇년 전에도 1회용품 사용 자제를 위해 방송 대국장 입구에 머그컵 등을 준비했지만 프로바둑 기사들의 이용률은 떨어졌다”며 “방송국 자체적으로 1회용품 줄이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한편 프로바둑 기사회와 협의를 통해 합당한 방법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열렸던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여자조 예선 1회전에서 중국 차오유인(왼쪽) 3단이 텀블러를 옆에 두고 한국 김다영(20) 3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특히 국내 프로바둑 기사들의 1회용품 과도한 사용은 외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지난 2~7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열렸던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원) 통합예선전에 출전한 대부분의 외국 선수들은 텀블러나 머그컵 등을 사용한 반면, 국내 프로바둑 기사 대부분은 1회용품을 들고 대국에 나섰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번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합예선에 출전한 외국인 참가자들 가운데 1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었다”며 “1회용품을 사용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국내 프로바둑 기사들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합예선엔 한국 선수 217명, 중국 선수 94명, 일본 선수 35명, 대만 선수 21명, 기타(월드조) 16명 등이 참가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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