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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버치가 ‘하이힐’에서 ‘플랫슈즈’를 반대로 떠올렸듯이, 일본 최대 서점으로 우뚝 선 츠타야는 대형 서점의 획일화된 판매 구조에서 맞춤형 큐레이션(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역으로 고안했다. “왜 여자 구두의 굽은 높아야만 하지?”처럼, “왜 서점은 정치ㆍ경제ㆍ소설 등 수십 년 째 변하지 않는 공간 구성을 하는 거지?”라는 근원적 질문에 경영학을 접목시킨 것이다. 2012년 일본 서점업계 전통의 강자 기노쿠니야를 누르고 연간 서적 판매고 1위에 오른 뒤, 현재 회원 숫자만 7,000만 명에 육박하는 츠타야의 성공은 마스다 무네아키 최고경영자(CEO)의 이른바 ‘서드 스테이지’ 전략에서 그 비결을 엿볼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서점의 존재 이유를 단순히 책을 사는 곳에서 책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소비를 하는 곳(서든 스테이지)으로 확장시켰다. 이를 위해 그는 츠타야 서점에 베스트셀러, 신간 등의 코너 대신,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가령 요리에 대한 책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뒤 주변을 둘러보면, 요리 도구를 파는 코너와 요리 실습 프로그램 청강권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는 등 요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와 상품을 큐레이션 받는 방식이다. 현재 츠타야에는 책 주제의 유사성에 기반한 네일 아트숍부터 장난감 및 카메라 전문점까지 구비돼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서점에 와 자동차 관련 책만 보는 것을 넘어, 자동차와 관련된 방대한 책 이외의 지식을 쌓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며 “플랫폼이 유통을 담당하며 고객의 열망을 설계하고 확장시켜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이 부분만 집중하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츠타야의 경영철학은 2011년 문을 연 도쿄 다이칸야마점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대다수 일본과 한국의 대형 서점이 유동 인구가 많고 여러 세대를 겨냥할 수 있는 도심 중심 상가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은 도쿄 일대 주택가에 자리 잡았다. 금전적 여유와 자유 시간까지 많은 은퇴한 중장년층이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점에 착안, 중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서점을 지었다. 특히 츠타야는 중장년층들이 책을 사는 것만큼 인문학적인 욕구를 충족하길 원하는 점에 주목했다. 3,000평이 넘는 규모를 개별적이면서 유기적인 이슈로 구성해 유럽 중세 미술에서, 인류의 선박 건조 기술 발전사까지 연결되는 일종의 인문학적 사유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중장년층의 이동이 편하도록, 서점 전용 택시 승강장까지 만든 것은 작은 센스다.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일본 내에서 ‘혁신의 아이콘’ ‘가장 주목 받는 경영자’로 불리고 있다. 그의 확고한 경영 철학과, 식당에 커피숍, 팬시점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국내 대형 서점이 확연히 비교되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많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기업 및 민사 전문 변호사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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