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트사커’ 전성시대 간판
벨기에 코치로 조국팀 반대편에
인터뷰서 “그때 그 앙리 아니다”
벨기에 대표팀의 티에리 앙리 코치가 9일 러시아 데돕스크에서 벨기에 선수들의 스트레칭을 지켜보고 있다. 데돕스크=AP 연합뉴스

묘한 상황이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 티에리 앙리(41) 벨기에 대표팀 코치가 11일 오전 3시(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으로 가는 길목인 4강전에서 조국 프랑스를 만난다. 현재 몸 담고 있는 벨기에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이 당연한 목표지만 ‘레블뢰 군단’의 후예들을 꺾고 가야 하는 상황이 야속하다.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전설과도 같은 선배를 적으로 만나는 프랑스 선수들의 마음도 복잡하기만 하다.

미국 ESPN은 9일 “프랑스 대표팀과 얼마 안 떨어진 벨기에 대표팀 벤치 앞에 있는 그는 어떤 기분일까”라면서 “그래도 앙리는 프랑스의 패배를 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앙리는 1998 프랑스월드컵, 유로2000 우승 등 ‘아트사커’의 전성시대를 연 간판 공격수 출신이다. A매치 123경기에서 51골을 넣었고 유벤투스, 아스널, 바르셀로나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었다.

201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2016년 8월 벨기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앙리는 자신의 월드컵 경험과 노하우를 벨기에 대표팀에 이식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황금세대’ 로멜루 루카쿠(25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당 아자르(27ㆍ첼시), 케빈 더 브라위너(27ㆍ맨체스터 시티)의 성장을 도왔다.

벨기에와 프랑스의 4강전을 앞둔 현재 주요 매체들의 관심은 앙리에게 쏠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앙리는 가급적 말을 아꼈다. 그는 “난 감독도, 수석코치도 아닌 ‘넘버 3’ 코치”라며 “프랑스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그 앙리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프랑스 선수들은 앙리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면서도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수비수 루카스 에르난데스(22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모든 프랑스 선수들은 앙리가 위대한 선수, 축구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예의를 표한 뒤 “프랑스가 이기더라도 앙리는 행복해 할 것이다. 그는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31ㆍ첼시)도 “앙리를 다른 팀 코치로 만나게 돼 이상한 기분”이라며 “앙리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2의 앙리’로 불리는 신성 킬리앙 음바페(20ㆍ파리 생제르맹)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을 상대로 보는 게 이상할 것 같고, 앙리 또한 같은 감정일 것”이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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