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형수씨는 2011년 군 입대 후 군사문화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제대 뒤 지인과 함께 예비군훈련 거부를 결심했다. 실제 예비군 5년 차인 현재까지 약 15회에 걸쳐 벌금 50만~200만원씩을 내고, 작년에는 정식재판에 회부돼 징역 1년을 구형 받았다. 김씨는 “예비군이 끝나는 2021년까지 경찰서와 법정에 불려 다니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비군훈련도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도 도입 없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가운데, 이번 달에는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9일 헌재 관계자는 “예비군법도 지난달 함께 선고를 하려 했으나 병역법 쪽에 집중하느라 검토가 덜 돼서 연기됐다”라며 “이번 달 선고일(26일)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향토예비군설치법 15조 9항은 ‘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아니한 사람이나 훈련 받을 사람을 대신하여 훈련 받은 사람’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불참하는 이들을 주로 약식 기소해 벌금형을 내려왔다.

이 조항에 대해 2007년 송승용 울산지방법원 판사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헌재는 2011년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3년 임혜원 수원지방법원 판사가 다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헌재는 5년 만에 이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현역 복무를 마쳐야 예비군 대상이 된다는 점 때문에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는 병역 거부에 비해 숫자가 훨씬 적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년) 45명이 종교 등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했다. 대부분 제대 후 ‘여호와의증인’ 신자가 된 경우다. 양여옥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과거까지 합할 경우 100여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반복 처벌이 이뤄지는 탓에 위헌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7년 예비군훈련 거부를 택한 신동혁씨의 경우 2014년까지 49회 기소돼, 35번 판결문을 받아야 했다. 오두진 변호사는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데도 훈련이 잡힐 때마다 반복적으로 형사처벌이 이뤄져 예비군 편입 8년간 정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11년 헌재 선고 당시 ‘한정위헌’ 의견을 냈던 이강국, 송두환 헌재재판관은 “예비군훈련 의무 부과횟수에 따라 형사처벌이 반복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예비군훈련에 대해서도 대체복무 도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처벌 조항이 담긴 예비군법 15조9항을 위헌으로 하기보다는 지난번처럼 병역법 5조에 예비군훈련에 대한 대체복무를 만들라는 식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영준 바른군인권연구소 변호사는 “(훈련)시간이 길지 않아 대체할 업무가 마땅치 않은 점, 민간이 맡을 경우 관리 문제 등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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