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
매크로 이용한 댓글조작을
업무방해로 고소는 맞지 않아”
檢, 구형량 추후 의견서로 제출
재판부 추가기소 고려 25일 선고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동원 씨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기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돌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던 그간의 법정 자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어서 심경 변화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김씨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미리 준비해 온 A4 6장 분량의 최후진술을 읽으며 “올 4월까지는 네이버 약관에 자동화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던 만큼, 규정이 생기기 전에 한 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일당은 올해 1월17~18일 이틀 동안 네이버 아이디 2,286개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537개 기사의 댓글 1만6,658개에 184만여 차례 공감ㆍ비공감을 클릭하는 등으로 네이버 통계집계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키고 댓글순위 산정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주장은 네이버 규정이 댓글조작 행위 이후 만들어져 자신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씨는 또 네이버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묵인하고, 방조ㆍ조장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8조원에 가까운 광고수익이 대부분 트래픽에 기반하고 있으며 네이버가 왜 (매크로 프로그램을) 금지하지 않았는지 여기서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김씨는 “재주는 곰이 피우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처럼, 피고인들은 아무런 금전적 이득을 얻지 못하고, 네이버가 다 챙겼다”며 “(우리 행위가 네이버의) 업무에 도움을 준 것이니 (네이버가)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드루킹 일당은 재판 초반부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거의 매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의 돌연한 태도변화에 대해 변호인인 마준 변호사는 결심 공판 후 “사실상 재판이 끝났기 때문에 판사님에게 본인 심정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지 무죄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검찰 측은 이날 김씨 측의 신속한 재판진행 요구와 관련해 “(피고인들이) 핵심회원들과 진술을 맞추고, 범행을 축소ㆍ은폐하기 위해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등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법원을 기만하고 있다”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형에 대한 의견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구형량을 추후 의견서 형태로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추가기소 가능성을 반영해 이달 25일을 선고일로 잡았다. 재판부는 “추가기소 되면 범행 횟수 등이 증가해 양형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이날 경공모 핵심멤버 ‘성원’ 김모(49)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보좌관 한모(49)씨에게 인사 청탁 등 대가로 500만원을 건넨 인물로 청탁금지법ㆍ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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