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 코트라 동남아대양주 본부장
싱가포르서 하노이로 본부 이전
“일방적 수출 확대 전략보다
기술ㆍ서비스로 영역 넓혀야”
올 8월 싱가포르에 있는 KOTRA 동남아대양주 지역본부를 베트남 하노이로 이전하는 김기준 본부장. 김 본부장은 “야전사령부가 전장에 가까울수록 더 큰 지원사격이 가능한 만큼 동남아에 진출한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승전보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트라(KOTRA)는 싱가포르에 있는 동남아대양주 지역본부를 베트남 하노이로 이전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동남아국가연합 회원 10개국과 그보다 더 남쪽의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관할하는 본부를 베트남, 그것도 중국과 맞닿아 있는 북쪽에 끌어다 놓는데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베트남이 요즘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핫’한 곳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외곽에다 본부를 놓는 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지적이었다.

김기준(56) 본부장은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본부는 야전사령부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사령부가 전장에 가까이 있을수록 이기는 게임이 될 것”이라며 일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한국 기업 6,000여개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에 작년에만 700개의 기업들이 진출했으며,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베트남으로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2년 싱가포르에 처음 둥지를 튼 동남아대양주 지역본부 이전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 본부장은 내달 1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지휘부와 전장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움직임은 비단 코트라 뿐만이 아니라는 게 김 본부장의 주장. 그는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금융사들도 한국 기업들이 많은 베트남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 모두 더 많은 고객들에게 보다 가까이서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베트남으로 지역본부를 옮기는 기관과 기업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동남아 지역본부의 하노이 이전은 코트라 차원의 조직 개편과 전열 정비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동남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임에는 분명하고, 그곳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상징적 의미는 될 수 있다”면서도 “‘고객’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현장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지만,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큰 ‘전쟁’이 많지 않은 싱가포르에서는 ‘형’ 역할을 하기에도,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보조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코트라와 같은 일본 JETRO는 지역본부를 싱가포르가 아닌 태국 방콕에 설치, 현지 진출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태국이 일본의 ‘차이나+1’ 정책 핵심국가이기 때문이다. 2005년 역사교과서 문제로 촉발된 중국 내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큰 피해를 본 뒤 일본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생산 거점을 중국 밖 주변국으로 옮겨 놓는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3년 태국 대홍수로 피해를 본 뒤에는 다시 ‘타이+1’ 정책으로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하노이 시대를 맞아 지역본부의 역할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고, 이들의 베트남 착근은 필수적”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 현지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소비재, 부품소재 등의 일방적 수출확대 전략에서 탈피하는 것도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김 본부장은 “인프라, 첨단ㆍ고부가가치 산업 등 주재국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과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면 기존 무역관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웠던, 범 정부차원의 협업 사업이 보다 많아지고, 그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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