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도 총본산 경주 골굴사
참선ㆍ선무도ㆍ차담 등 알차
매년 내외국인 1만2000명 찾아
“한 명이 와도 똑같이 진행해요”
[저작권 한국일보]골굴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지난달 30일 선무도 공연 후 각자 다양한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경주시 골굴사 현기 스님이 지난달 30일 사찰 내 보제루에서 선무도를 시연하고 있다. 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골굴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지난달 30일 사찰 내 보제루에서 선무도 시범을 관람하고 있다. 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역시 오길 잘했어요. 원더풀!”

1일 오전 8시30분 경북 경주시 골굴사의 선문화관.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이곳의 한 선방에서 현기(27) 스님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 태국 등에서 온 외국인 7명과 녹차를 마시며 선문답을 주고 받고 있었다. 외국인 상당수는 양반다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쿠션에 앉아 있었지만 표정만은 진지했다. “명상하면서 마음을 비우려 했지만 오히려 잡생각만 많아졌다”는 푸념에 현기 스님은 “마음을 비우려는 생각이 집착이 된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 지 들여다 보는 것이 명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토씨 하나 놓치지 않는 골굴사 전속 통역사가 메신저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외국인들은 이미 템플스테이에 흠뻑 빠져있었다.

세계 선무도 총본산인 골굴사가 국내 최고의 템플스테이 도량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참선과 선무도, 108배, 발우공양, 활쏘기, 승마, 차담(茶談) 등으로 촘촘히 짜인 프로그램에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골굴사 템플스테이에는 프랑스인 4명과 남아공 등 외국인 11명이 참가했다. 내국인은 미얀마 봉사활동 후 잠시 머무르고 있는 정일교(77)씨가 유일했다. 이들은 종무소에서 받은 사찰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찰 내 선무도대학 마룻바닥에 원을 그리고 앉아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절 체험을 시작했다. 한국의 사찰인데도 공용어는 영어였다. 곧 명상이 시작됐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골굴사 위쪽 보제루에는 선무도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기 스님과 장재문(25) 선무도 지도자 등이 참선에 빠진 표정으로 허공을 나르고 공기를 가르자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외국인 문화공연 차원에서 전통 민요와 춤도 선보였다. 공연 후에는 스님과 동자가 기꺼이 멋진 선무도 동작으로 외국인과 함께 기념사진의 피사체가 되어 주었다.

저녁 식사 후 다시 찾은 선무도대학에는 진짜 선무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유연하게 푸는 것으로 선무도의 세계로 빠져든 참가자들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모두 불러내야 했다. 복식호흡과 함께 시작된 선무도 기본자세부터 발차기, 팔찌르기에다 앞발차기, 옆발찌르기, 돌려차기를 한 번에 연결하는 동작에 20여m 길이의 도량이 땀과 함성으로 가득했다.

매 초식마다 “원스 모어(Once more)”를 외친 장 지도자는 논산훈련소 조교와 다름없었지만 표정은 스마일 그 자체였다.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경주시 골굴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1일 사찰 내 선무도대학에서 불교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이튿날인 1일 오전 5시 스님의 독경 소리가 잠을 깨웠다. 5시30분 예불시간에 맞춰 모두 고양이 세수만 하고 비 오는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예불 후 아침식사는 사찰 전통방식인 발우공양으로 진행됐다. 발우는 사찰 내 음식 그릇이다. 죽비 소리와 함께 시작된 발우공양은 밥 그릇에 맑은 물을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밥과 국, 반찬을 소리없이 먹은 후 숭늉에 단무지 하나로 그릇을 씻어내는 의식을 어려워하면서도 “해냈다”는 자부심에 뿌듯해했다.

경북 경산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크리스토퍼 호이(27)씨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어머니 수잔 스타인(59ᆞ남아공)씨는 “아들 권유로 하게 된 템플스테이 과정이 모두 좋았지만 발우공양이 으뜸이었다”며 “음식의 중요성을 모르는 요즘 세태에 밥 한톨까지 깨끗하게 비우는 이 의식이 너무 뜻 깊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현기 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108배를 한 후 나물과 두부, 미역냉채 등으로 된 산채점심을 먹고 하산했다. 태국에서 온 아비가엘(31ᆞ여)씨는 “태국의 명상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고, 캐서린(29ᆞ여)씨는 “골굴사에서 배운 복식호흡과 명상은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한편 골굴사 스님 2명과 법사 6명 등 8명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선무도 지부를 돌며 유단자 테스트와 훈련, 포교를 하고 있다. 또 골굴사에는 29일~다음달 18일 3주 동안 초중학생의 공동체 의식과 호연지기를 기를 ‘청소년 화랑수련회’도 연다.

매년 템플스테이에 외국인 5,000여 명 등 1만2,000여 명이 찾는 골굴사 현기 스님은 “한 명만 참가하더라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똑 같이 진행된다”며 “선무도와 명상도 결국 깨달음의 한 방편이니 항상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보시라”고 말했다.

골굴사(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경주시 골굴사 전경. 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골굴사 동자승이 사찰 내 강아지 가족을 돌보고 있다. 경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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