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차 이주자 늘며 추진
자국 여성 보호 내세웠지만

2200달러 세금 폭탄에
“국왕 배만 채울 것” 반발

아프리카 소국 에스와티니(지난 4월 ‘스와질란드’에서 ‘에스와티니’로 국명 변경)가 외국인과 결혼하면 거액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다. 자국 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 주장이지만, 세금을 걷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외신에 따르면 에스와티니 의회는 자국민이 외국인과 결혼할 경우 막대한 세금을 내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이들 커플은 혼인신고를 할 때 2,200달러(약 245만원)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한다. 이 나라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정치(3,934달러)를 감안하면, 세금폭탄에 가까운 결혼세다.

정부는 외국인 남성으로부터 자국 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스와티니 정부 대변인인 페르시 시멜레인은 “오로지 시민권을 얻기 위해 여성들과 결혼했다가 목적을 이룬 뒤 떠나는 외국인 남성들이 있다”며 “여성들이 외국인 상대에 의해 이용 당하게 하지 않으려는, 보호 목적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2016년 기준 에스와티니에 이주를 신청한 사람은 50만명에 달한다. 인구(11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AFP통신은 “상당수는 아시아에서 오거나, 사업차 이주하려는 사람들”이라며 “정부는 최근 들어 외국인에게 거래 허가를 내주는 것을 중단하고, 외국인들이 농촌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도 없지 않다.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데다, 결국 세금이 국왕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될 것이란 지적이다. 에스와티니 기반의 인권활동가 모임인 스와질란드단결네트워크(SSN)는 성명을 내고 “결혼은 성인들 간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며 “어떤 정부도 그 권리를 대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SSN은 또 “현재 국왕 음스와티 3세를 위해 2,200달러씩 걷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부조리할 뿐만 아니라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에 속하는 에스와티니는 인구 10명 중 7명의 하루 수입이 2달러도 채 안 되는 궁핍한 생활을 하는 등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반면 국왕인 음스와티 3세는 호화스러운 생활로 언론에 많이 오르내렸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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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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