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책 주도에 손놓은 부처 관료들
靑-부처 수평관계 구축, 소통 확대로
관료 사회 춤추게 해야 정권도 성공

올해 1월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이 앞다퉈 거리로 나서던 무렵, 고용ㆍ임금 분야 정책 자문을 해 온 인사를 만났다. 화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최저임금 인상 결정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거리 정책홍보에 나선 것은 정상적으로 비치지 않았다. 주무 부처는 무엇을 했는지 의아했다. 그 인사가 내린 원인 진단은 간단명료했다. “관료들이 뛰지 않고 있다.”

청와대 주도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결정된 뒤 관료들은 입을 닫았다. 16.4% 인상이 초래할 후폭풍을 알지만 괜히 토를 달았다 낭패 볼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리곤 청와대만 쳐다봤다. ‘일을 벌인 쪽이 대책 세우고 책임도 져야지, 간여하지 않은 우리가 덤터기 쓸 필요가 없다’는 ‘관료다운’ 처신술이 작동한 것이다. 장 실장의 거리 홍보에 청와대 주변에선 “참사”라는 말까지 돌았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관료사회는 달라졌을까.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지향점과 DNA를 맞추고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관료사회가 변했다는, 변하고 있다는 징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27일 2차 규제혁신회의를 전격 취소한게 그 방증이다. 올해 1월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을 지시했음에도 부처들이 제시한 내용은 1월 보고서와 다르지 않았다. 안한 건지, 못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다독이고 격려하며 소신 있는 업무처리의 면책까지 약속했지만 관료들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 탓만 하면 동전의 한 면만 보는 것이다. 정부 부처와 관료는 청와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한 축이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관료들의 복지부동, 보신주의를 혁파하는 방법도 차별화해야 한다. 방법은 청와대가 먼저 달라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2기에 접어든 지금도 청와대가 정책 전면에 나서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그럴수록 부처의 존재감과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관료사회를 향해 청와대가 다시 으름장을 놓으면 관료사회가 더 움츠러드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 부처가 기를 펴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장 실장을 비롯한 학자 출신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 공약과 자신의 신념을 정책적으로 실현시키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 부처와 함께 하지 않는 정책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무엇보다 부처와 관료들에 대한 시선 교정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정책을 만들고 부처는 집행할 뿐이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정책의 긍부정적 효과가 피드백 되지 않는 정책은 공허하다. 부처는 청와대와 국민 사이에 있다. 청와대가 정부 정책을 놓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나 너무 잦다. 관료사회에선 ‘부처 패싱’이 회자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관료도 신이 나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진이 대통령 뒤에서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부처와 관료들이 빛이 나게 해 주면 어떨까.

관료사회의 고질은 분명 개혁 대상이다. 하지만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청와대가 그동안 관료사회를 제대로 움직였는지, 방법론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 것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중요한 점검 포인트다. 관료들이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정책의 실현을 위해 뛰도록 두 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공유ㆍ공감하고 있는지, 그렇게 되도록 어떤 동기 부여를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청와대와 부처 간 자유로운 소통과 피드백이 일어나야 한다. 경제관료들이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혁신성장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간 정책적 차이점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고개를 갸우뚱 하는 관료들에게 혁신성장을 위한 차별화한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보수 정권 아래서 9년을 일한 그들이다. 미덥지 않고, 못마땅해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관료사회를 춤추게 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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