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6월 추천 여행지, 한국의 람사르습지

전남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 앞바다에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무안갯벌은 대표적인 바다 습지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람사르(Ramsar) 협약의 정식 명칭이다. 한국은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한 이 협약에 1997년 101번째 국가로 가입했다. 한국관광공사가 6월 추천 여행지로 ‘람사르습지’를 선정했다. 내륙과 연안습지를 포함해 현재 국내에는 24곳이 등록돼 있다. 장마가 시작되면 짙푸름과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1호 람사르습지 인제 대암산 용늪

강원 인제 대암산(1,304m) 정상 부근의 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이다. 1973년 대암산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데 이어, 1989년에는 용늪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1997년에는 한국 최초로 람사르습지에 이름을 올렸다.

사초 식물이 바람에 일렁이는 대암산 용늪. 인제군 제공
늪을 가로지르는 생태탐방로가 놓여져 있다. 인제군 제공
대암산 용늪 주변에 서식하는 산양의 모습.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용늪은 큰용늪과 작은용늪, 애기용늪으로 구분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지에 늪이 생긴 것은 4,000~5,000년 전이다. 전체가 바위 투성이인 대암산 정상부는 1년에 5개월이나 기온이 영하에 머물고 안개가 자주 낀다. 이처럼 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바위로 스며든 습기가 풍화작용을 일으켜 우묵한 지형을 만들었고, 여기에 빗물이 고여 습지가 생겨났다. 늪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죽은 식물이 추워서 썩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이탄층(泥炭層)이다. 켜켜이 쌓인 이탄층에는 끈끈이주걱과 비로용담, 삿갓사초 같은 희귀식물이 군락을 이뤘다. 산양과 삵,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동물도 서식한다.

용늪 탐방은 인제군과 양구군에서 각각 출발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차량으로 입구까지 갈 수 있는 인제읍 가아리 코스가 좋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용늪을 둘러보고 대암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비교적 평탄하지만 막바지에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니,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주의해야 한다. 인제군 생태관광 홈페이지(2주 전)나 양구생태식물원 홈페이지(20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하루 탐방 인원은 인제군이 150명, 양구군이 100명이지만 날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가장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있는 적기는 8월이다.

▦생명이 꼼지락거리는 청정 무안갯벌

침식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무안갯벌은 국내 바다 습지의 상징적 공간이다. 2001년 ‘습지보호지역 1호’에 이름을 올렸고,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습지와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황토를 머금은 무안갯벌. 한국관광공사 제공.
무안 갯벌의 낙지 동상. 한국관광공사 제공.

황토를 머금어 기름진 무안갯벌은 뭇 생명의 보금자리이자 물새의 서식처다. 흰발농게와 말뚝망둥어 등 저생생물 240여종, 칠면초와 갯잔디 등 염생식물 40여종, 혹부리오리와 알락꼬리마도요 등 철새 50여종이 갯벌에 기대 살아간다.

갯벌 체험의 중심은 해제면의 ‘무안황토갯벌랜드’다. 갯벌의 생성 원리를 이해하고, 갯벌 생물을 관찰하는 등 다양한 체험으로 갯벌 여행을 안내한다. 모형 갯벌에 손을 넣어 만져보는 촉각 체험, 갯벌 생물과 사진 찍는 낙지 모형 등이 단연 인기다. 갯벌 생물을 직접 만들고 색칠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알차다. 갯벌랜드 내 생태갯벌과학관에서는 주중 2회(오전 10시, 오후 1시), 주말과 휴일 4회(오전 10ㆍ11시, 오후 2ㆍ3시) 갯벌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2층 갯벌전망대에 오르면 함평만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과학관을 벗어나면 천혜의 갯벌이다. 갯벌 탐방로에는 설명을 곁들인 동식물 모형을 설치해 아기자기하게 걷는 재미를 더했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는 갯벌의 적막함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멀리 시선을 옮기면 칠산바다 너머 도리포 앞까지 아득하게 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체험학습장은 하루 2차례 간조 때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린다. 코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도둑게, 망둑어 등을 만날 수 있다. 체험 후에는 세족장과 샤워장에서 씻을 수 있다.

▦자연의 무한 회복력, 고창 운곡습지

고창 운곡습지에 필요한 건 무관심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30여년이 지난 2011년, 버려진 경작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이곳의 운명은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바뀌었다.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운곡댐 건설로 주변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됐다. 9개 마을 360여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고, 계단식 논도 사라졌다. 30여년이 흘러 경작으로 훼손된 습지는 원시의 모습을 되찾았다.

운곡습지 팔색조 안내표지판. 한국관광공사 제공.
운곡습지의 생태탐방로. 한국관광공사 제공.

탐방로는 고인돌 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1ㆍ3코스가, 친환경주차장에서 2ㆍ4코스가 시작된다. 1코스(3.6km, 왕복 1시간40분)는 가장 짧아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코스다. 본격적인 탐방은 신발의 먼지를 털면서 시작한다. 외래 식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탐방로는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다. 나무 데크 발판도 일정한 간격으로 벌려 탐방로 아래의 식물이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겉보기엔 마른 땅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지형이다. 그 덕에 고마리, 어리연꽃, 노루오줌 등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있다. 삵, 담비, 수달, 팔색조 등 운곡습지에 서식하는 동물 모양의 표지판도 재미있다.

2코스(2시간30분)는 운곡저수지를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 구간이고, 3코스(5시간)는 회암봉과 옥녀봉, 호암봉을 거쳐 운곡서원으로 이어진다. 인근에는 동양 최대 고인돌이 존재한다. 덮개 돌의 둘레가 16m, 높이 5m, 무게 300톤으로 추정되는 거석 앞에 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창 지역에는 지금까지 1,600여 기의 고인돌이 확인됐는데, 1코스 초입에 가장 많다. 인근 고창고인돌박물관까지 둘러보면 선사시대의 삶과 고인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한라산 1100고지 습지와 동백동산 습지

한라산 1100고지 습지는 대자연이 빚은 하늘 정원이다. 초지와 바위, 울창한 숲이 거칠게 뒤엉켜 있지만 인공 정원보다 아름답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산딸나무와 산개벚나무, 팥배나무가 앞다퉈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한라부추가 습지를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제주 1100고지습지의 그림 같은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1100고지 습지는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빗물이 고여 형성됐다. 제주 다른 지역과 달리 바닥에 퇴적층이 있어 큰 가뭄이 아니면 항상 물이 고여 있고, 흰뺨검둥오리가 떠가는 여유로운 풍경도 볼 수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바위 하나에 서로 다른 나무가 엉켜 자라는 ‘생태섬’과 지의류가 많다는 것이다. 습지에 강한 꽝꽝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나무들이 곧 바위를 에워싸 숲을 이룬다. 바위에 붙은 지의류는 공기가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1100고지 습지는 지의류 천국이라 할 정도로 깨끗하다. 탐방로는 누구라도 쉽게 걸을 수 있다. 30~40분이 걸린다.

동백동산 습지는 2011년 제주에서 네 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 곶자왈 지대인 동백동산에는 크고 작은 습지가 있는데, ‘먼물깍’이 대표적이다. 제주어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물’이라는 뜻이다. 적막하리만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여행객을 위로해준다.

동백동산의 용암 바위를 움켜쥐고 자라난 나무. 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요하고 평화로운 동백동산 먼물깍. 한국관광공사 제공.

동백동산에는 약 5km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깊은 숲으로 빠져든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고 오솔길을 빠져나오면 ‘도틀굴’이 나타난다. 제주 4ㆍ3 때 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숲길을 걷는 동안 용암이 만든 바위 언덕과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우람한 나무, 지면에 드러난 굵은 뿌리가 쉴 새 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해설사와 동행(3인 이상)하면 곶자왈의 생태와 동백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유익하다. 개별적으로 가더라도 습지센터에서 코스를 자세히 확인해야 헤매지 않는다.

최흥수기자ㆍ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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