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훈련 유예 화답 촉구 동시
“비핵화 시간표 곧 제시” 압박도
北 “신뢰구축 필요” 연일 상기
추가적 선의 조치 기다리는 듯
서로 교환할 카드 없어 ‘정중동’
“상징적 대북 제재 완화가 관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방송된 MSNBC '휴-휴잇 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미 모두 레드라인(한계선)들을 이해하고 있고, 어느 쪽도 그 선을 넘어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협상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번은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18일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에서 연설하는 폼페이오 장관. 워싱턴=AP 연합뉴스

교착(膠着)인가, 정중동(靜中動)인가.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급물살을 탈 듯하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뜸 들이는 북한을 미국이 재촉하는 형국이다.

25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13일이 지났지만,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대로라면 이미 차려졌어야 할 고위급 후속 협상 자리가 아직 언제쯤 만들어질지 기약도 없는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상대할 자기 쪽 관리가 누구인지도 북한은 알리지 않고 있다. 시간이 모자라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언급이 키운 세간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교착으로 보일 정도로 속도감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양측 사이에서 나아가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다. 6ㆍ25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절차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첫 공동성명 합의 이행이라는 상징성에 해외 전사자 유해 송환을 중시하는 전통이 포개지면서 이번 송환은 미 대중이 주목하는 이벤트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비핵화의 교환’이라는 협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 조치가 정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비핵화 약속을 북한이 지킬 거라는 신뢰를 미국이 갖는 데 발판이 될 수 있는 선의의 조치”(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라는 낙관과 “비핵화 프로세스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지연 시간 은폐’ 용도의 돌발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

더딘 진전에 북한 책임이 커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열심히 채근하고 있는 쪽은 역시 미국이다. 8월에 할 계획이던 대북 전면전 가정 한미 연합 군사연습 ‘프리덤가디언’에 이어 국지 도발 대비 목적의 해병대연합훈련(KMEP)까지 미루는 식으로 북한에 상응 조치를 촉구하더니 조만간 특정 요구와 함께 ‘비핵화 시간표(timeline)’를 제시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우리는 그들(북한)이 선의로 움직이는지 아닌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협상을 앞두고서 선물과 청구서를 잇달아 내민 셈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북한은 느긋하다. 새 북미관계를 수립하려면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원칙만 대외 선전 매체들을 통해 연일 상기시키고 있다. 이날도 “미국 측이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해 나간다면 우리 공화국도 그에 상응해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해 송환에 대한 보상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선 양측이 교환할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게 저속(低速)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시적으로 내줄 것과 받아낼 게 분명해져야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며 “행정부가 재량으로 가능한 상징적 대북 제재 완화 선물을 북한에 줄 수 있는지가 비핵화 시간표 합의의 관건”이라고 했다.

물밑에선 부지런하리라는 추측도 없지 않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바꾸는 장기 레이스에선 물 위로 부상하는 일들이 일부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미와 북중 정상회담 탓에 여유가 없었던 데다 북한은 원래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라며 “다음주까지는 반응을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