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은행 영업조직이 부정 반복
금감원 “전산 고의 조작행위 검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의 소득 정보를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는 방식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책정하고 부당 이자 수익을 챙긴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피해를 본 대출 고객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해당 은행이 고의로 고객 정보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어 결과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한 은행의 영업점 여러 곳이 이 같은 방법으로 수천 건의 부당 대출 영업을 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1일 국내 9개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한국씨티 SC제일 부산)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고객 소득 과소입력을 통한 부당이자 수취’ 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당시 해당 은행 이름이나 적발 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특정 은행의 영업조직이 동일한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반복해온 사실로 미뤄볼 때 조직적 차원의 조작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출금리는 원칙적으로 은행권의 자율적 규칙(모범규준)에 따라 은행들이 결정하는 영역이지만, 이번 행위가 사실상 고객 기만 행위로 판단될 경우 해당 은행과 연루 임직원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현장 점검 결과를 근거로 은행에 자체 조사를 통해 추가 사례를 밝힐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은행의 부당한 대출금리 산정 사례가 전체 적발 건수에서 다수를 차지한 게 사실”이라며 “실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은행 차원 또는 영업점 간 고의적 조작 행위가 있었는지, 고객 소득이 적게 입력되는 전산시스템상 오류가 있었는지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이 은행이 자체 조사를 마치는 대로 부당하게 부과된 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주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 이 은행 영업점들은 대출 고객이 소득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전산상에는 소득이 없거나 실제보다 적게 버는 것으로 입력, 기준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과다 책정했다. 통상 은행은 고객의 부채비율(연소득 대비 대출액)을 산정하고 이 비율이 높으면 원리금 연체 위험이 높다고 여겨 가산금리를 높이는데, 이 은행은 부채비율의 분모인 연소득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높여 고객의 원리금 연체 위험을 부풀린 것이다. 금감원은 21일 발표 당시 이 은행에서 2년 간 5,000만원을 빌린 고소득(연 8,300만원) 고객이 무소득자로 취급돼 대출기간 동안 이자 50만원을 추가로 낸 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은행은 부채비율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포인트를 가산금리로 부과해왔다.

이 밖에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지거나, 시스템으로 산출된 대출금리를 무시한 채 최고금리가 매겨진 사례들도 있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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