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둥글다’는 축구 격언은 팀의 객관적 전력과 달리 승패는 경기를 해봐야 안다는 뜻으로 쓰인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서독 감독 제프 헤어베어거가 처음 한 말로 전해진다. 당시 조별 예선에서 9대 0이라는 무지막지한 스코어로 한국에 참패를 안긴 헝가리는 세계 최강팀이었다. 서독도 조별 예선에서 8대 3이라는 굴욕적인 점수차로 패배했다. 그럼에도 서독은 우여곡절 끝에 8강과 4강을 거쳐 결승전에서 다시 헝가리와 만났다.

▦ 브라질까지 침몰시킨 ‘공포의 마자르군단’(헝가리팀 별칭)과 결승을 앞두고 헤어베어거는 “공은 둥글고, 게임은 90분간 지속된다”는 말로 투지를 다졌다. 그리고 마침내 서독은 3대 2 역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헤어베어거의 말을 월드컵의 영원한 격언으로 새겼다. 그런데 이 말은 ‘공은 둥글기’ 때문에 축구에선 뜻밖의 실수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 월드컵 역사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가득하다.

▦ 우리 기억에 생생한 실수만 따져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우리와 맞붙은 스페인의 호아킨 산체스 선수는 나중에 라 리가 ‘베스트 11’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공격수였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는 붉은 악마의 함성에 짓눌린 듯 멈칫거리다 끝내 위축된 슈팅으로 이운재 골키퍼의 선방에 걸려 스페인의 4강행을 좌절시켰다. 16강전에서 맞붙은 이탈리아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도 엄청난 파워의 공격수였지만, 왼쪽 윙사이드에서 찔러 준 킬패스를 한국 골대 앞 불과 2~3미터 앞에서 실축해 천추의 한을 남겼다.

▦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를 상대한 나이지리아 공격수 야쿠부의 실수는 기적처럼 황당했다. 공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사이드에서 골대 바로 앞 정면으로 낮게 패스됐고, 골키퍼도 없었다. 그런데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바꾼다는 게 엉뚱한 사선을 타며 골대 옆으로 비껴갔다. 어디 우리나라 경기뿐이랴. 축구 천재 메시조차 이번 월드컵에서 고질적인 페널티킥 실축을 되풀이했고, 1994년 콜롬비아에서는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가 피살까지 당하는 최악의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스웨덴전에서 실수로 페널티킥을 부른 김민우 선수가 자책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이젠 행운을 기대하며 상쾌하게 멕시코전에 임하기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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