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계절이다. 자외선이 강한 요즘 외출할 때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선글라스’(sunglasses)다. ‘선글라스’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은 여러 개인데, 시대에 따라 그리고 쓰는 맥락에 따라 선택되는 말이 다르다.

1950~60년대엔 ‘라이방’이란 말이 많이 쓰였다. ‘라이방’은 제품명인 레이밴(Ray Ban)에서 온 말로, 당시 ‘선글라스’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였다.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맥아더장군이 레이밴의 ‘선글라스’를 썼다 하니, ‘라이방’이 유행한 정황을 짐작할 수 있을 터. 이제 ‘라이방’은 옛 시절을 회상하는 맥락에서나 쓰이는 말이 되었다.

‘선글라스’의 번역어로는 ‘검은 안경’과 ‘색안경’이 있다. ‘선글라스’의 색이 대체로 검고 짙던 시절엔 ‘검은 안경’이란 말이 제법 쓰였다. ‘선글라스’의 색채가 다양해져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검은 안경’은 ‘눈을 가리는 용도’의 ‘선글라스’를 특별히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색안경(色眼鏡)’은 근대 초기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과 중국에 전파된 말이다. 중국에선 이를 흑경(黑鏡)과 태양경(太陽鏡)으로 대체했지만, 한국에선 ‘색안경’이 지금까지 널리 쓰인다. 그런데 ‘색안경을 쓰다’에서 곧바로 ‘선글라스를 쓰다’를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이 말이 ‘선글라스’를 가리키기보다 ‘편견을 가지다’란 뜻의 관용표현에 쓰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색안경’이 익숙했음에도 ‘라이방’이나 ‘선글라스’란 말을 굳이 썼던 건 이 때문일 게다.

흥미로운 건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조차 ‘편견을 가지다’란 뜻의 관용표현에는 ‘색안경’을 쓴다는 사실이다. ‘색안경’을 받아들일 때 ‘색안경’의 관용적 용법도 함께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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