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아이코스 최신 임상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마누엘 피취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과학연구 최고책임자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만큼 유해하다”는 발표를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PMI는 이날 최근 미국에서 성인 흡연자 9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 아이코스의 위해성 감소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반담배 흡연자 488명과 일반담배에서 아이코스로 바꾼 흡연자 496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심혈관계 및 호흡계 질환, 암 등 8가지 주요 임상위험 지표를 평가했더니 아이코스 전환자들에게 금연자들과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PMI의 발표는 연구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최소한의 기본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어서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우선 자사 상품의 위해성 여부에 대한 정부 당국의 연구발표를 자체 연구로 반박했다는 점이다. 인용도 부정확했다. PMI는 식약처의 타르 수치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타르는 담배규제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아니므로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했다. 그러나 WHO의 보고서의 전체 맥락은 오히려 ‘저타르ㆍ저니코틴’ 제품이 인체에 덜 해로운 것처럼 홍보하는 담배 업체들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부분 발췌를 통해 진의를 왜곡한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날 PMI의 발표가 “WHO의 보고서 내용을 전체 맥락 속에서 해석하지 않았으며, PMI가 심혈관 질환 평가지표로 제시한 지표 중 4가지는 실제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하는 직접적인 지표라기보다 간접적인 지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유의미한 변화를 찾아내려면 장기간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질병 발생률, 사망률 같은 것을 비교해야 하는데 PMI가 단 6개월 만의 연구와 적절치 않은 지표 조사를 근거로 아이코스의 유해성 감소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은 아이코스에서 나오는 니코틴은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인체 흡수율은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코스 증기에서 합성원료와 살충제 원료인 아세나프텐이 일반 담배의 3배 수준으로 검출됐다는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의 발표도 있었다. WHO도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PMI는 이런 수많은 연구결과는 외면한 채 불충분한 근거를 앞세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니 전자담뱃갑에 붙이는 경고그림도 혐오감을 덜 일으키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코스는 필립모리스가 뿌리를 둔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돼 있다.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미 식품의약국(FDA)가 판단한 것이다.

본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상품을 한국에서 판매하면서, 한국 보건당국의 연구발표를 불충분한 연구로 반박하는 다국적 기업의 ‘배짱’을 보며 서글픔이 밀려온다.

고경석 산업부 기자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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