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8> 알레르기 환자

1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뷔페식당. 음식에 들어간 재료의 원산지는 표시돼 있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전혼잎 기자

1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뷔페식당. 수십 가지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지만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다. 소비자가 알 수 있는 건 일부 재료의 원산지뿐. 이는 현행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제도 대상에 일반 음식점인 ‘식품 접객업소’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어린이 기호 식품에 해당하는 제과ㆍ제빵류, 아이스크림,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반드시 표시해야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니거나 점포 수가 100개 이하인 프랜차이즈 점포라면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식품 알레르기 관련 위해 사고 건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관련 사고는 지난해 835건으로 2015년(419건)에 비해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어린이 기호식품뿐 아니라 모든 식품으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3년간(2015~2017년) 식품 알레르기 관련 위해 사고(1,853건) 중 20대 이상 성인 피해자만 61%에 달한다. 그러나 음식점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 의무는 어린이 기호식품에만 있다는 것이다.

‘포장된 식품’에 의무화돼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원재료 표시와는 별도로 혼입 가능성이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해서도 주의ㆍ환기 표시를 의무화한다. 유럽연합(EU)나 미국 등 해외에서 의도하지 않게 혼입될 가능성은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비추어볼 때 일견 과도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해외의 경우 원재료 표시란에 기재돼 있지 않은 성분이 검출될 경우 제조 업체의 관리 책임을 물어 제품을 회수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의 표시만 해두면 나중에 문제 성분이 검출되더라도 회수 대상에서 뺀다. 최낙언 식품평론가는 “식품회사는 애매할 경우 정확히 따지는 것보다 그냥 혼입 가능성을 표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알레르기 질환을 개인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미국의 경우엔 대다수의 주가 학교 양호실에 알레르기 응급약으로 쓰이는 ‘에피네프린’을 비치해두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구입할 수 없다. 또 학생이 알레르기 쇼크를 일으키더라도 환자 본인과 보호자, 의료진만 주사할 수 있다. 이용주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아나필락시스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며 “학교에서는 에피네프린을 갖춰서 모든 교사가 사용방법을 숙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