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료사진

건설업은 지난해 월평균 11만8,750명에 달하는 고용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5월 고용 증가폭이 월평균 4만9,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의 절반 이하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고용 증가폭이 전년동월대비 4,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 달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만 해도 매월 12만개에 가까운 고용을 새로 창출하며 일자리의 보고(寶庫)였던 건설이 어느새 일자리 감소 업종으로 몰락한 셈이다.

건설업과 함께 우리나라 고용을 이끌었던 제조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제조업은 올해 1월에도 10만명이 넘는 고용 증가를 이뤄내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2월에는 증가폭이 1만4,000명으로 줄더니 지난달엔 되레 7만9,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분기엔 18.0%를 웃돌았지만 지난달에는 16.7%로 주저앉았다.

경제는 ‘소비 상승→기업 투자 증가→생산 확대→고용 증가→소비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만 삐끗해도 경기는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고용 동향은 사실상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 침체’ 국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 선까지 내줘 7만2,000명으로 주저 앉은 것은 전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숙박ㆍ음식점업은 무려 1년째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도ㆍ소매업 역시 6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 고용 하락세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숙박ㆍ음식점업은 고용 부진 원인이 1인 가구 증가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구조적 요인과 연관돼 있어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일본 등이 완전고용에 이를 정도의 경기 훈풍이 불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청년실업률이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5%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취업에 애를 먹고 있다는 의미다. ‘일자리 정부’란 문재인 정부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서도 우리나라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1분기 10.2%로, 올해 1분기 OECD 전체 실업률(3.7%)의 2.75배에 달했다.

주요 선진국과 대비하면 내려올 줄 모르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유독 두드러진다. 미국은 작년 1분기 9.7%에서 올해 1분기 8.9%로 하락했다. 영국도 같은 기간 12.2%에서 11.8%로 감소했고, 일본은 4.4%에서 3.8%로 낮아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10%에서 되레 0.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4월 ‘특단의 대책’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청년일자리 대책도 사실상 큰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분배에 방점이 찍힌 경제정책의 축을 성장 중심으로 대폭 수정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다음달 300인 이상 기업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일괄 적용되고 내년에도 지금보다 10%가 넘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 상황은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 기업들이 고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이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수익을 기대하며 기업에 투자된 자금까지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 없는 일자리 늘리기는 불가능한 만큼 규제완화 등 기업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는 심리인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규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늘리기보다 줄이게 한다”며 “정부 재정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식으로는 더 이상 고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신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관련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