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 지명자 “북핵 위협 계속 우려해야” 인사청문회서 트럼프와 이견 표출 트럼프, 방송 출연해 우려 일축 “김정은에 직통 전화번호 줬다 일요일에 전화할 것“ 밝혀 북미 핫라인 개설될지 관심
지난해 4월26일 해리 해리스 당시 미 태평양사령관이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해리스는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북핵 위협에 대해선 계속 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더 이상 북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북한발(發) 안보 위협’은 엄연히 실존하고 있으며 이를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했다”며 17일에 전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미 정상회담 성과의 자찬과 함께 정상 간 직접 대화 상설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핵 위협국가인가’라는 질문에 “그에 관한 우려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거론하면서 “오로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트윗과는 배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끝내고 13일 백악관에 도착한 직후 “내가 취임한 날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걸 모두가 이제 느낄 수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더 이상 없다”고 적었다. 해리스 지명자로선 ‘최고 상관’인 대통령의 하루 전 발언과 상충되지 않도록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는데도, 직설적으로 반대 의견을 공개 표명한 셈이다. CNN은 “트럼프가 발탁한 주한 미 대사 지명자가 트럼프(의 의견)에 반박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북미 지도자 간 역사적 첫 만남의 성과를 부풀리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 화법을 감안한다 해도, 지나친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급기야 조만간 한미 소통의 핵심 채널이 될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마저 “북핵 위협에 대해선 계속 우려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대해선 지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해리스 지명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파악하는 차원에서 주요 훈련을 일시중단(pause)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한 미군의 일상적 훈련은 계속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선임부소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요구는 미국과 동맹의 국방력 약화가 목적”이라며 “실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북한과 중국의 압박, 불확실한 시장으로부터 모두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안보와 외교, 경제 모두에 좋지 않은 징조라는 얘기다.

이 같은 신중론의 핵심은 결국 북미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시기상조이자 과장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미 공영라디오 NPR에 “(현재 북핵 위협은) 현실이고, 현존하며, 약화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전했다. 밥 코커(공화)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전날 “회담 이후 많은 과장법이 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 주변 인사들조차 거치지 않은 무언가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미 조야의 우려를 일축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랑했다. 그는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의 유해 반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북한 문제를 크게 해결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 일요일(17일)에 북한 지도자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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