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박정현 민선 역사상 대전 첫 여성구청장 기록

남 박정현 보수본산 부여에 진보진영서 처음 깃발

대전지역 첫 여성단체장 기록을 세우게 된 박정현(오른쪽 두번째) 대덕구청장 당선인이 개표결과 당선이 확정된 14일 새벽 지지자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영화 ‘무현 두 도시이야기’가 화제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백무현 화백이 부산과 여수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 영화로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두명의 ‘무현’처럼 충청권 기초자치단체장에 두명의 ‘정현’이 당선됐다. 대전지역에서 첫 여성기초단체장 기록을 세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54) 대덕구청장 당선인과 보수의 원류인 김종필 전 자민련총재의 영향력하에 있던 충남 부여에서 진보진영 후보로 처음 군수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박정현(54) 당선인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1964년생 동갑나기로 성(姓)까지 같은데 다만 남ㆍ녀로 성(性)이 다르다. .

박 구청장 당선자는 서구 시의원에서 선거구를 옮겨 현직 구청장과 맞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전지역 민선 첫 여성단체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에 앞서 구청장을 노리던 지역구 시의원 등과 경선을 치러야 했다. 당원들의 지지와 여성가점을 받아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지난 12년동안 보수진영 구청장을 배출한 지역의 분위기를 뚫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굴러온 돌’ 이라는 상대후보의 선거 프레임에 맞서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세우며 지난 12년 동안 보수진영 후보가 장악해왔던 구청장 자리를 탄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다 ‘굴러온 돌’이라는 상대진영의 선거 프레임이 지역민들에게 먹히며 대덕구가 치열한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서인지 추미애 대표 등 중앙당도 지원유세를 펼쳤고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도 공식선거운동 마지막날 대덕구에 머물며 박 후보를 지원했다.

박 후보도 젊고 참신한 이미지에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젊은층을 위한 교육과 보육에 대한 투자확대, 환경과 도시재생 공약 등이 지역민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 12년 소통부재와 전시행정에 치우쳤던 구정을 과감하게 혁파하고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대덕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지지를 해준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부모님께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품격있는 문화 환경을, 어르신께는 일자리와 건강을 챙기는 구청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여군수 선거에서 진보진영으로 처음 승리한 박정현 당선인이 14일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박정현후보선거사무소 제공

박정현 부여군수 당선인은 충청권의 보수 본산으로 불리우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보진영 단체장 깃발을 꽂았다.

부여는 보수정치의 원류인 김종필(JP) 전 자민련총재의 낙점만 받으면 ‘묵은 지게 작대기에도 싹이 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보수 색채가 강한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당선되자 지역주민들은 “JP의 그늘이 걷히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부여에서는 지방선거 실시 이래 초대 유병돈 민선군수 이후 3명의 보수진영 후보가 8년씩 재임하며 진보진영 후보가 진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임시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경력을 바탕으로 자유한국당 이용우(57) 현군수와 두번째 격돌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2만971표(53.9%)를 얻어 1만7,944(46.1%)표를 얻은 이 군수의 3선 도전을 무산시켰다. 2014년 첫 대결에서는 박 당선인이 31.66%의 득표율로 68.33%의 이 군수에게 완패했었다.

박 당선인은 “민주당 후보에게 기회를 주신 것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부여군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제까지 한쪽 날개로 왔는데 날개 하나를 더 달아주셔서 서로 경쟁하며 지역사회를 발전시켜달라고 뜻으로, 저와 민주당 당선인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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