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ㆍ트럼프 4개항 공동성명] 북미 정상회담,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 아쉬운 첫발

새 북미관계 등 연 역사적 모멘텀 트럼프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 여지 남겨 논란 “조속한 시일 내 고위급 회담” 향후 험난한 비핵화 협상 예고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70년 가까운 북미 적대관계 및 냉전체제 해소와 30년 가까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다. 양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 정립을 약속하며 상호 소통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의 모멘텀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란 추상적인 ‘빅딜’ 목표만 언급하고 구체적 비핵화 조치는 협상 과제로 남겨 향후 험난한 비핵화 협상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공동성명 발표 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주한미군 감축 여지를 둬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 정착 여정에서 험난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ㆍ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김 위원장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며 “북한의 비핵화 절차가 매우 빨리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역사적인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서명이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그 동안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은 물론, 구체적인 비핵화 시기나 검증 방식,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 등이 모두 명시되지 않았다. 북미가 그간 이를 두고 실무 협상에서 힘겨루기를 벌여왔으나 결국 쟁점 사항에 합의하지 못하고 향후 고위급 회담으로 넘기는 선에서 첫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ㆍ연합뉴스

비핵화 조치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미국이 제공하는 체제 보장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양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관련한 이슈들을 놓고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진지한 의견 교환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빅딜 문제를 포괄적인 선에서 다루는 데 그쳤다.

양 정상의 구체적 약속이 담긴 세부 조항도 추상적인 목표를 약속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공동성명 1항은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두 국가 국민의 바람에 맞춰 북미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고 밝혔고, 2항은 “두 국가는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밝혔다. 3항에는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4항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발굴을 약속한다”고 적시됐다. 양국이 구체적인 조치로는 미군 유해 발굴 송환만 합의한 셈이다. 양국은 다만 조속한 시일 내에 고위급 회담을 가져 정상회담 동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이뤄낸 합의 수준은 떨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모든 곳을 비핵화할 것”이라며 “그가 이제 시작할 것이다”라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중국이 그간 주장해온 쌍중단(북한의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병행) 해법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그간 이를 강력 거부해 왔던 데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기 전에 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해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일찍 양보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래와 같은 합의사항을 선언한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ㆍ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북미관계의 발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싱가포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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