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유튜버 전성시대

애니메이션 노래 올리던 치위생사

구독자만 230만명 ‘얼떨결에 스타’

해외 페스티벌서 K팝 스타급 환호

일반인들 취미 주제 가볍게 시작

혹시라도 인기 얻으면 수입은 덤

영상 제작도 쉬워 부담없이 도전

100만명 구독ㆍ억대 수익은 극소수

“돈보단 즐거움에 채널 운영” 많아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노래하는 한국인 유튜버'로 잘 알려진 이라온씨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로 샌드박스네트워크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지난해 12월 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만화페스티벌 ‘아니메 사이코 말레이시아’ 현장.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노래하는 한국인 유튜버’로 잘 알려진 이라온(28)씨의 인기는 K팝 스타 못지 않았다.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걷기조차 힘들었을 정도. 무대에 오른 이씨를 보자마자 감격해 울음을 터뜨린 팬까지 있었다.

유튜버 구독자 230만명을 거느린 ‘라온’ 채널을 운영하는 이씨의 원래 직업은 치위생사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르는 것을 좋아해 종종 녹음해 왔던 이씨는 2015년 1월, “내가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에 처음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노래를 부르고 믹싱(후반작업)과 영상편집까지 혼자 낑낑대며 처음으로 올린 영상이 애니메이션 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얼떨결에 ‘유튜브 스타’가 됐다.

이씨의 대표곡은 ‘나루토’ 애니메이션 주제가인 ‘실루엣’이다. “원곡보다 좋다”며 전세계 팬들에게 확산돼, 지금까지도 꾸준히 재생되는 이 영상의 현재 조회수는 무려 5,400만회에 달한다. 230만명의 구독자 중 해외 팬의 비중은 약 70%다.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

라온 같은 ‘유튜브 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영상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도전하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혹시라도 인기를 얻으면 큰 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외모가 배우급이지 않아도, 뛰어난 재능은 없어도, 기획사에서 데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단 부담없이 ‘스타 되기’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공간에선 ‘돌직구’ 발언을 서슴지 않는 할머니도, 하루종일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공시생도, 처음으로 혼자 라면 끓여먹기에 도전하는 어린이도 스타가 된다.

너도나도 유튜버에 도전하게 된 데는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영상을 찍거나 편집하는 일이 매우 간단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권모군은 스마트폰 화면을 영상으로 캡처하는 앱을 실행시킨 후 게임 앱으로 게임을 한 뒤 캡처된 게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구독자 수는 얼마 안 되지만 부모나 친구로부터 “잘 봤다”는 칭찬을 들을 때 아주 기쁘다는 권군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친구가 여러 명 있다”고 했다. 또래 사이에는 아주 자연스런 일이라는 것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과 저작권자가 협력해 2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적극 해결해 주고 있는 것도 일반인 유튜버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유튜브는 음원 저작권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곡에 대해 리메이크한 영상을 올리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 여러 유명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허용하고 대신 유튜버 영상의 광고수익을 나누어 가지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튜브의 음악정책(https://www.youtube.com/music_policies

) 사이트에서 저작권자의 2차 창작물에 대한 정책을 확인한 후 리메이크 곡을 불러 올릴 수 있다.

시작은 쉽지만 성공은 어렵다

하지만 시작이 쉽다고 성공도 쉬운 건 아니다. 구글코리아가 밝힌 유튜브 한국 채널 중 1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은 지난해 말 기준 겨우 1,200여명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싸이, SM 같은 프로 가수나 기획사의 채널도 포함돼 있다. ‘대도서관’ ‘도티’ 등 유명 유튜버는 연간 수억~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극소수일 뿐. 이른바 ‘억대 연봉’을 벌기 위해서는 구독자가 100만명은 넘어야 하는데 이런 채널은 100개도 안 된다.

10만명의 구독자가 있어도 유튜브 영상에 대해 구글이 지급하는 광고수입만으로는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기 어렵다. 구독자 수가 1,000명이 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조차 없다. 이 때문에 ‘유튜버 붐’이 실제로는 구글 배만 불렸다는 비판도 있다.

유튜버의 수입 규모는 동영상 광고 외에 협찬이나 간접광고(PPL), 오프라인 매체 영상 판매, 캐릭터 제품 판매, 모델 활동 등 외부 수입에 따라 차이가 난다. 한 전업 유튜버는 “화장품 회사의 협찬을 받는 뷰티 유튜버들은 구독자 수 10만명이 되지 않아도 추가 수입이 많은 편이고 전자기기, 게임 쪽도 협찬이 종종 들어온다”며 “하지만 다른 주제를 다루는 유튜버들은 추가 수입이 없어 구독자 10만명으로는 전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광고 이외에 시청자로부터 기부를 받는 형태의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영상 플랫폼도 있다. 아프리카TV는 이른바 ‘별풍선’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하는 도중에 시청자로부터 직접적인 기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영상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TV는 광고와 시청자 후원을 통한 수익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실시간 게임방송을 하는 플랫폼인 ‘트위치’는 마치 신문구독처럼 시청자가 ‘구독’ 버튼을 누르는 행위 자체가 ‘정기 기부’로 이어진다.

꼭 돈을 벌어야 보람이 있는 건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이 그대로 적용되는 유튜버의 세계이지만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모두 큰 돈을 벌기를 기대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은 구독자 수가 적고 수입도 거의 없더라도 재미와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인도어과 대학생 정대한(28)씨는 3개월 간 인도 연수를 가서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인도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하며 여행 준비에 도움을 받았다는 글을 보았을 때, 같은 과 교수가 수업 중 정씨의 영상을 교재로 사용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트위치에서 ‘하스스톤’ 게임 방송을 하고 있는 윤석희(31)씨는 고정 시청자가 “언제 방송하느냐” “오늘은 왜 안 하느냐”하며 물어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빵튜브’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5,800명 정도의 구독자를 모은 이보현(26)씨는 빵에 대한 리뷰를 올린다. 이씨는 과거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며 고생했을 때의 얘기를 영상편지 형식으로 담은 영상을 보고 여러 사람들이 댓글과 메시지를 보내줬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평범한 일반인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수익이 많은 유튜버 역시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즐거워서’ ‘보람 있어서’라고 말한다. ‘퇴경아 약 먹자’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고퇴경(29)씨는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넘는 인기 유튜버로 연 수입이 1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전업 유튜버로 나서진 않고 약사 일과 병행을 하고 있다. 유튜버는 즐기기 위해, 약사 일은 직업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고씨는 “영상 활동을 꾸준히 한다면 구독자수는 늘게 돼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 원동력은 자기 자신이 영상 제작에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

■구독자 수 10만ㆍ100만ㆍ1000만명을 돌파한 유튜브 채널 수

*2017년말 한국 채널 기준. 자료: 구글코리아

■2018년 4월 국내 스마트폰 모바일앱 사용시간 순위 (단위 : 분)

1위 유튜브 258억

2위 카카오톡 189억

3위 네이버 126억

4위 페이스북 40억

*자료: 와이즈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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