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인실 비용 50% 부담 어려워 저소득층 사정 고려 안 한 차별”
게티이미지뱅크

대전에 사는 백모(48)씨는 7년 전 골수섬유증이라는 희귀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유방암 투병 중인 70대 노모와 함께 사는데, 생계급여 약 80여만원이 생활비의 전부다. 백씨는 지난해 항암제 부작용으로 담낭에 염증이 생겨 담낭 제거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2인실 이용료(당시 약 24만원)가 부담스러워 치료를 미루다 대전에서 저렴한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백씨는 “앞으로 의료급여가 적용돼도 하루 10만원에 가까운 입원료를 내면 나 같은 처지의 수급자들은 마음 놓고 병원을 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ㆍ3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의료급여 수급자도 같은 수준으로 본인부담률을 낮춰주는 ‘의료급여법 시행령’을 이달 중 개정한다.

기존 이용료보다 부담이 낮아지는데도 백씨처럼 난치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이런 개정안이 ‘차별적’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유공자 등 건강보험 가입이 어려운 국민에게 예산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수급자의 본인부담률은 0~10% 사이로 결정돼왔다. 종전까지 건강보험처럼 의료급여 혜택을 받던 4인실 병실이용료도 1종 수급자 0%, 2종 수급자 10%의 본인부담금을 냈다. 그런데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용하는 2ㆍ3인실 비용을 최대 50%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저소득층인 수급자들의 가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저소득층의 의료접근성을 제약할 수 있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생계급여 50만원 이하 소득(1인가구 기준)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에게 하루 5~8만원의 병실료는 재난 수준”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의료급여 환자들을 급여화 혜택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2ㆍ3인실 이용 문턱을 낮출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것을 우려한다. 올해 초부터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며 의료급여 수급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2ㆍ3인실 입원료도 사실상 공짜가 되면 불필요한 이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비 지출이 많은 수급자가 있다면 긴급복지지원제도나 재난적의료비지원제도 등과 연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