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의 2년 연속 파국 “미국발 무역 전쟁 그만” 합의에 트럼프, 싱가포르行 전용기에서 “美 대표단에 채택 말라 지시했다” # 예고된 갈등 속 기싸움 여전 美 “G7에 러시아 다시 초청해야” 자유무역ㆍ민주주의 훼손 우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틀째 논의에서 팔짱을 끼고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얘기하고 있다. G7 정상은 회의가 끝난 뒤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합의가 무산되는 촌극을 빚었다. 샤를부아 로이터=연합뉴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로 2년 연속 파국을 맞았다. 캐나다 퀘백 주에 모여 이틀 간 머리를 맞댄 6개국 정상들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발 무역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데 뜻을 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거부로 단숨에 휴지조각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 진영의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G7이 아니라 G6+1 정상회의”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공동성명 무산 사태는 한편의 촌극이었다. 개최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G7 정상 모두가 합의했다며,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하고 자유무역 수호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먼저 자리를 떴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파기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향하던 전용기에서 올린 트위터에서 “나는 미 대표단에 공동성명 채택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합의문을 전면 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직후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모욕적”이라고 발언한 트뤼도 총리를 겨냥해선 “매우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캐나다에 타격이 불가피한 수입차 관세 카드까지 꺼내 들며 추가로 무역 전쟁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꼈을 법하지만, 나머지 회원국들은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붙여 오게 됐다.

미국과 기존 6개국 서방 동맹국 사이의 갈등은 이미 예고됐던 바다. 회의 내내 양측 공히 정치적 기 싸움을 펴는 데만 골몰했을 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회담에서 손을 꽉 잡으며 악수 싸움을 벌였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혼내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적인 관계를 구축했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해 결국 각자 자기 말만 하고 끝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6개국 정상들은 러시아의 G7 회의 초청 재개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다시 초청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대부분 정상들은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문제 삼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어준 사람은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을 이끄는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였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단한 사람이다. 잘 해낼 것”이라며 콘테 총리에 폭풍 칭찬을 보냈다.

외신들은 미국 우선주의만을 부르짖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유지되던 G7 중심의 세계 질서가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와 나머지 정상들의 개인적 갈등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서방 세계가 지켜내려던 가치가 분열하는 것이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서방의 적들에게 우호적이고, 동맹국을 적으로 취급한 대통령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가 지역안보 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에서 단합된 모습으로 세를 과시하고 나서자 이 같은 불안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의 데이먼 윌슨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에 “G7은 자유무역과 민주주의에 반하는 나라들과 경쟁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진짜 싸움은 등한시 한 채,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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