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1위까지 됐지만 메이저 대회 결승 3차례나 좌절 안타까운 팬들 “시모나” 응원 속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
시모나 할레프가 10일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 시상식에서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파리=USA투데이 연합뉴스

메이저 왕관 없는 세계 1위, 시모나 할레프(27ㆍ루마니아)가 꿈에 그리던 메이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할레프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마무리된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지난해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 슬론 스티븐스(25ㆍ10위ㆍ미국)를 2-1(3-6 6-4 6-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네 번째 결승전 도전 만에 메이저 왕좌에 오른 그는 우승 상금으로 220만 유로(약 27억8,000만원)를 획득했다.

할레프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는 찾기 힘들다. 그는 17세 때인 200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해 유망주로 인정받았으나 성인 무대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세계 랭킹도 300위권에 불과했다. 답답하게 꼬인 테니스 인생의 매듭을 푼 건 2009년에 감행한 가슴 축소 수술이었다. “가슴이 너무 커서 상대의 샷에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그의 성적은 극적으로 변했다. 2010년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단식 결승에 처음으로 진출했고 그 해 7월 100위의 벽을 깼다. 2013년 6월 처음으로 투어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2014년에는 톱10 진입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코트 위에서 펑펑 운 그는 그러나 메이저 대회 결승에만 나서면 유독 작아졌다. 168㎝의 키로 톱10 선수 중에선 최단신이고 서브 최고 시속도 175㎞ 수준에 불과해 큰 무대에서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2014년과 지난해, 올해 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올라놓고도 모두 패하면서 메이저 단식 결승 3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는 역대 4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회 결승에서는 옐레나 오스타펜코(21ㆍ5위ㆍ라트비아)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따고 2세트도 3-0으로 앞서나가다가 역전패당한 아픈 기억도 그를 짓눌렀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 결승전이 펼쳐진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는 할레프의 홈 그라운드와 다름없었다. 코트를 가득 메운 1만5,000여 팬들은 연신 “시모나”를 연호했고 그가 결국 우승을 따내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축하했다. 이날 경기 양상은 지난해 결승전의 데칼코마니였다. 할레프는 1세트를 먼저 내주고 2세트에서도 0-2로 몰렸지만, 팬들의 응원을 업어 반격에 성공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내가 2세트 3-0에서 뒤집혔듯이 올해 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네 살 때부터 메이저 우승의 꿈을 가졌고, 이왕이면 프랑스오픈에서 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하며 활짝 웃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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