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거래 금지' 해제 공식화... 북미회담 앞 중국에 유화 메시지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 로고.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 2위의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에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측의 핵심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으로 6ㆍ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무역갈등이 한시적으로 완화되는 분위기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경제 전문 CNBC방송에 출연해 ZTE에 적용했던 ‘미국 기업과의 7년간 거래 금지’ 제재 해제를 공식화했다. ZTE가 올 4월 미국의 대북ㆍ대이란 제재를 어긴 혐의로 거래를 차단 당한지 약 두 달 만이다. 미 상무부는 제재를 푸는 대신 ZTE에 벌금 10억달러(약 1조740억원)를 부과하고 이와 별도로 만약 위반 행위가 다시 포착될 경우 4억달러를 추가 납부하게 했다. ZTE는 또 한달 내로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를 교체하고 미 당국이 선발한 특별감사팀으로부터 실시간 감시를 받아야 한다. 로스 장관은 ZTE와의 합의에 대해 “매우 엄격하며 ZTE뿐 아니라 다른 잠재적인 ‘나쁜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억지력이 될 것”이라며 “ZTE가 합의를 충실히 지키지 않을 때 우린 다시 (제재를 통해) 문을 닫게 할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해제 조치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 담판에 따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반도체 등 필수 부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온 ZTE가 거래 금지령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자 시 주석이 지난달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중 직접 제재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ZTE가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게 시 주석과 협력하고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그 성과가 북미 회담 직전인 이날 나와 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재 관련 논의에 참석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주 북미 회담 전 중국을 자극하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 갈등을 잠재우려는 노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쪽에서도 이어졌다. FT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에 “중국과의 통상 분쟁을 북미 회담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으로 격화시키는 것은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북한과 이란에 대응하는 문제로 또다른 위기를 다룰 여력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미중간 무역협상은 15일로 예정된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강행 여부 등 대형 변수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백악관의 유화적 분위기와는 달리 미 의회는 점차 강경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톰 코튼과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이날 ZTE에 대한 제재를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정안에는 미 정부기관이 ZTE 제품은 물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 제품도 구매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상원 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를 약속하며 “의회 양당은 이들 기업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보다 이들을 혹독히 다루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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