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핵화 여정 막는 함정들

비핵화 보상 방안 온도차 북한, 경제 수직상승 이란식 참고해 미국 제재 풀리면 단기 도약 꿈꿔 군사위협 해소ㆍ정식 수교 원하지만 인권문제 탓 미국 의회 통과 어려워
그래픽=김문중 기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줄 수 있는 보상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이다. 그러나 양측의 방점은 서로 다른 곳에 찍혀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보상으로 무엇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VIG)를 바라는 북한과 달리 미국은 경제 지원 카드부터 만지작거리는 형국이다.

체제 보장과 관련해 북한이 줄곧 주장해 온 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와 군사 위협 해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ㆍ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미국이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을 못 믿는 북한은 이번에도 북미 합의 사항의 의회 비준 등 ‘불가역적’ 체제 보장 방안을 미국에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ㆍ중단 요구는 체제 보장 의지를 보이라는 신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 조선왕조에서 왕이 외세에 위협 당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며 “북한은 아직 조선왕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근대 사회”라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무산의 빌미로 삼은 것도 적국 수뇌부 암살이 가능한 미 스텔스 전투기 F-22가 8대나 왔다는 사실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적대시 정책 철폐와 맞물린 대북 제재 완화도 북한의 ‘희망 목록’(Wish list)에 들어 있다. 미국과의 적대를 종식한 뒤 제재 완화를 발판 삼아 경제지표가 수직 상승한 이란은 북한이 참조하고 있는 전범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이란 적대시 정책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제사회 제재가 강화된 201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6.6%에 달할 정도로 나빴던 이란 경제 상황은 미국이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하고 13년 만의 적대 관계를 청산한 직후인 2016년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서 12.5%로 반전했다.

북한의 경우에도 대북 제재가 풀려 연간 1조 5,690억원(총수출의 52%)대 광물 수출이 재개된다면,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발표한 ‘5개년 경제 발전 계획’을 실현하고 체제 보장을 위한 통치자금을 확보하려면 대북 제재의 완화나 해제는 필수다.

제재만 사라져도 잠재력과 투자의 상승효과로 단기 경제 도약이 가능하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7일 “미국의 경제적 지원 없이도 앞으로도 얼마든지 우리의 힘과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잘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4차산업과 동북아 전력망, 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북한이 노리는 건 외부 투자와 우수한 정보기술(IT) 인재를 바탕으로 한 4차산업으로의 단번 도약”이라고 했다.

미국은 북한에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북한은 미국에 선제적 체제보장 조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런 북한의 청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핵 없는 북한’의 미래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과거 한국처럼 전폭적 경제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제 원조 등을 통해 경제 부흥을 지원한다는, 이른바 북한판 마셜 플랜이다.

다만 현물 보상은 주변국의 몫이 될 듯하다. “한국이 북한 경제지원을 할 것이고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는 1일 트럼프 대통령 언급으로 미뤄볼 때 그렇다. 대북 회담에 여러 번 참여했던 외교 소식통도 “그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수교 등으로 보상을 유도하는 측면 지원이 미국의 역할이었다”며 “현물 지원은 한ㆍ중ㆍ일ㆍ러가 주축”이라고 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북한의 인권 문제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인권 침해 국가와 수교를 맺을 수 없는 구조”라며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미 수교를 위한 의회 인준 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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