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수로 네 번째 수상... "책임감 느껴져"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나 박세은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렇게 큰 상을 받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너무 영광스럽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네요.”

6일 전화통화로 만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수석무용수 박세은(29)는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듯했다. 그는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시상식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발레 개혁자 장 조르주 노브레(1727~1810)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 박세은은 발레리나 강수진(1999), 김주원(2006), 발레리노 김기민(2016)에 이어 이 상을 수상한 네 번째 한국인이 됐다. 그는 주변인들의 축하 메시지를 받느라 밤을 꼴딱 샜다고 했다.

박세은은 지난해 7월 20~23일 미국 링컨센터에서 공연된 ‘다이아몬드’ 주역을 맡아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최고 여성무용수상 부문에는 세계적인 발레단 소속 발레리나 6명이 후보에 올랐다. 정작 박세은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다”고 했다. “저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객석에서 제가 어떻게 추는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영상을 찍어서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 보여요. 제 스스로 아직 장점을 찾지 못했지만, 테크닉이나 음악성을 제 장점으로 꼽아주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찾아가는 중이에요.”

박세은은 2007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수상 등으로 일찌감치 발레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2011년 BOP에 준단원으로 입단해 5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1669년 설립된 BOP는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등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 발레단으로 꼽힌다. BOP에서 아시아인이 수석무용수가 된 것도 박세은이 최초였다.

최정상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최고영예의 상까지 받은 발레리나의 앞으로 꿈은 뭘까? 그의 머리 속은 작품으로 가득했다. “아직 안 해본 작품이 훨씬 많아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라 바야데르’와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은 꼭 해 보고 싶어요. 10월에 공연하는 ‘신데렐라’와 ‘카멜리아 레이디’에서도 좋은 배역을 맡아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파리로 돌아간 박세은은 BOP 프랑스 지방 공연과 다음 시즌 작품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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