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안남근ㆍ최수진 발레리노 김명규 등 인기 응원 위해 여러 번 관람도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김명규 팬들이 '안나 카레니나'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커피차. 국립발레단 제공

#1. 지난해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공연 당일, 발레단 단원들과 스태프들은 ‘커피차’를 선물 받았다.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인 발레리노 김명규의 팬들이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원래는 전체 단원과 스태프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밥차’를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왔지만, 예술의전당 시설 문제 등으로 밥차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커피차가 대신 왔다.

#2.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의 ‘글로리’ 공연 때는 도시락과 함께 무용가, 스태프들이 함께 입을 점퍼가 배달됐다. ‘글로리’ 무대에 오른 현대무용가 안남근의 팬들이 보낸 것이다. 당시 안남근은 국립현대무용단 단원이 아니었음에도, 팬들은 ‘글로리’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선물을 보냈다.

현대무용가 안남근 팬들이 국립현대무용단이 무대에 올린 작품 '글로리'를 응원하기 위해 보낸 점퍼. 안남근 제공

연예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팬덤 문화가 무용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용가를 보기 위해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일명 ‘회전문 관객’이 되는 것은 물론,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무용가에게 도시락을 선물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도 스타 무용가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은 있었다. 발레리나 김주원, 김지영과 발레리노 김용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수석무용수로 주역을 맡으며 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졌다. 주역 무용가가 아니더라도 팬들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발레의 경우 솔리스트나 드미솔리스트들도 인기가 많다. 김현아 국립발레단 홍보마케팅팀장은 “지난해부터 팬들이 보내는 간식 등 후원이 많아졌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무용가가 잘 되려면 공연이 잘 돼야 하고, 그러려면 모든 사람들이 잘 돼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팬들은 ‘N차’ 관람을 마다하지 않는다. 발레 등 무용 공연은 뮤지컬처럼 장기간 공연하지 않기 에 자신이 좋아하는 무용가가 주역이 아니더라도 여러 번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전체 관객의 10%를 넘지는 않지만, 전체 회차 좌석 약 8,000석 중 500~600석이 반복 관람 관객 차지라고 발레단은 파악하고 있다. 김현아 팀장은 “클래식발레, 드라마발레, 모던발레 등 레퍼토리가 다양해지면서 무용수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많아졌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대무용계는 2013년부터 방영된 케이블채널 Mnet 프로그램 ‘댄싱9’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무용가들이 늘었다. 안남근 김설진 최수진 등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팬카페가 개설되는 등 인기를 얻었다. 팬카페 회원 수는 400~500명 수준이지만, 팬미팅과 생일파티를 열고, 공연 날 간식을 보내는 등 팬들의 결집력은 연예인 팬들 못지 않다. 임영숙 국립현대무용단 홍보마케팅TF팀장은 “지난해 김설진씨가 출연한 ‘쓰리 볼레로’ 공연은 팬카페 회원들이 단체관람을 하기도 했다”며 “3일간 열린 공연을 모두 보러 온 ‘회전문 관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안무가, 출연진에 대한 관심’(29%)으로 공연을 보러 왔다는 관객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무용가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 소식을 접한 뒤 공연장을 찾는 관객도 많다. 그러다 보니 무용가들도 팬들과 소통을 게을리 할 수 없다. 현대무용가 최수진은 남편인 현대무용가 하휘동과 함께 지난 3월 유투브 채널을 개설했다. 무용가에 대한 관심은 결국 공연과 무용계 전반으로 확대된다. 김설진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주로 무용 전공자들이 관객으로 왔다면, 이제는 일반 관객들이 많아졌다”며 “저를 통해 현대무용을 접했다는 팬들이 다른 현대무용 공연도 보러 간다는 점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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