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존감 겨냥” “정통성 강조” 소셜미디어서 각종 가설 설왕설래 “친서 자체가 공 많이 들인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담았던 '봉투의 크기'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직접 건넨 친서의 봉투는 트럼프 대통령의 육중한 아랫배를 거의 모두 가릴 정도로 컸다.

당장 소셜미디어에서는 친서에 적힌 내용과는 별도로 봉투의 크기가 지닌 의미를 짚어보는 이런 저런 추측들이 쏟아졌다. AP통신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익살스럽게 너무 큰 편지를 보낸 이유를 두고 갖은 가설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화려한 제스처와 웅장한 물품을 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할 것으로 봤을 것이라는 설이 소개됐다. 거친 모욕과 전쟁 협박까지 주고받은 끝에 높은 자존감에 호소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방법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설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더 작게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큰 봉투를 보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이 작다는 지적에 예민하게 반응한 사례를 고려해 우회적으로 비방하기 위한 소품을 보냈다는 것이다. 공화당 경선 후보이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작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작다고 말했고 이는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소재가 돼왔다.

그러나 이 같은 '봉투의 크기'에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란 진지한 전문가 분석도 목격된다. 북한이 편지 전달을 김정은 위원장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편지의 봉투가 커졌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편지를 보내는 제스처 자체가 공을 많이 들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해결책을 협상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능한 합리적이고 적법한 국제 정치인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묘사하려는 노력이 담겼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으로서 지구촌의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세계에 강조할 기회를 잡고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파란색 문서파일에 넣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의 봉투는 당시 파일보다 좀 더 커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전달한 이번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의 답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나에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데 주저하지 말라"며 회담취소를 번복할 여지를 남겨뒀다. 큰 봉투를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은 흡족한 표정을 보였고 결국 싱가포르에서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은 확정됐다.

한편 미국 CNN방송은 백악관의 한 관리를 인용해 미국 국토안보부 비밀경호국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되기 전에 위험한 물질이 없는지 정밀검사까지 마쳤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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