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동 기획] ‘한국인은 불안하다’

①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학업ㆍ미래 등 불안투성이 사회 스트레스와 분노로 이어져 적절한 수면ㆍ음주ㆍ운동 등 건전 생활로 스트레스 이기고 불안을 줄이려 노력하기보단 자아를 키워 긍정적으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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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우리는 불안하다. 언제 무엇이 발생할지 두렵기만 하다. 최근 남ㆍ북ㆍ미 화해 무드가 조성돼 다행스럽지만 급변하는 정치ㆍ경제적 상황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불안을 잘 대처하고 조절해야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일보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한국인은 불안하다’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한국 사회는 불안하다. 세대ㆍ남녀 간 갈등을 비롯해 극심한 이념 갈등이나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 갈등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나 상식적인 의견 수렴보다는 극단적인 주장만 난무해,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있으나 새로운 질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미래에 나타날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 불안은 예측이 불가능할 때 발생한다. 청소년은 학업이나 미래 진로문제로 불안해하고, 성인은 취업, 가족 부양, 경제 문제, 노후 준비 부족 등으로 불안하다. 노인은 건강, 죽음, 외로움 등으로 불안하다.

한국인 26.6%, 한 번 이상 정신질환 앓아

불안한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정신질환이 증가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만 18~64세 성인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6.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4명 중 1명은 한평생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다.

알코올사용장애, 니코틴사용장애를 제외한 전반적인 정신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이다. 알코올사용장애와 니코틴사용장애를 제외한 정신질환 가운데 불안장애가 9.3%로 10명 가운데 1명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5.6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학교성적, 또래관계의 스트레스로 인한 10~20대 자살, 중년층의 우울증 관련 자살, 노인들의 고독사 등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자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정신장애의 발병에는 개인의 체질적, 유전적, 성격적 요소가 중요하지만, 외부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중요하다. 특히 불안이나 우울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매일마다 쏟아지는 각종 사건, 사고 등 과도한 외부자극은 개인에겐 심각한 스트레스가 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인간에게 활력을 주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거나 필요 이상의 자극은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불안과 우울, 걱정, 짜증 등을 일으키고 신체적으로도 피곤, 불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리기 쉽고, 심하면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과도한 음주, 흡연, 과식을 하기도 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부정적인 감정은 분노다. 사회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불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위 갑(甲)들의 행태, 경제 문제의 상대적 박탈감 등은 결국 타인에 대한 분노, 사회에 대한 분노, 나아가 자신에 대한 분노가 된다. 이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분노조절장애가 생긴다.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꿔야

스트레스와 불안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는 외부 환경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관적인 감정이 더 중요하다. 스트레스 정도는 처해 있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 대부분 스트레스는 우리가 바꾸기 어려운 것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부정적이고 불합리한 생각보다,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건전한 생활습관을 통해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다. 규칙적인 수면, 적절한 음식 섭취, 금연, 과도한 음주를 피함으로써 가능하다. 체질적으로 예민하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평소 긴장을 이완하는 훈련인 명상, 요가, 복식호흡, 스트레칭 등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생각, 건전한 대인관계, 봉사활동 등 사회활동도 도움이 된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자주 시간을 가지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은 불안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의 현실생활은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으로 가득하다. 불안이 없는 현실은 생각하기 어렵다. 불안을 줄이기 보다, 여유 있게 받아들이도록 튼튼한 자아를 키우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의사협회에서 발간한 ‘2017 대국민건강선언문’을 보면, 건강수칙 10개항 가운데 ▦금연하기 ▦절주하기 ▦균형식 하기 ▦적절한 운동 하기 ▦규칙적 수면 취하기 등 생활습관 관련 5개항과 스트레스 관리와 긍정적 사고방식 2개항을 합쳐 7개항목이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항목이다. 이렇듯 일반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 있는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불안이 심각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인은 불안하다’ 기획 시리즈가 많은 국민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돼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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