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발표 공식 분담률은 42%지만 ‘공짜 임대료’ 등 넣으면 70% 상회 ‘안보 무임승차’ 투덜거리는 트럼프 北 위협 핑계로 한국 鳳 취급한 셈 비핵화 합의하면 입장 역전될 수도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한미 연합 군사 연습 중단과 방위비 분담금 삭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국에는 경계선(군사분계선)이 있고 미군들이 장벽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말 오하이오주 대중 연설 당시 드러낸 인식이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선동하기도 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해 온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매년 국방비로 쓰는 돈은 700조원을 상회한다.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 독일 등 동맹국들에 배치된 미군의 주둔 비용도 포함된다. 그 부담을 상대국이 가급적 많이 나눠주기를 미국은 내심 늘 바랐지만 요구가 그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대선 후보 때 들고 나온 ‘동맹국 안보 무임 승차론’을 취임 뒤 ‘안보 청구서’로 바꿔 내밀었다.

미군에 머물 공간 정도만 내주면 한국은 의무를 다한다는 게 당초 한미 사이 약속이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는 한국이 시설ㆍ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먹고 살 만해지자 미국 태도가 변했다. 1991년부터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부분적으로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맺었다. 한시적 특별 조치 성격이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떠안는 몫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 명목으로 쓰인다. 한미는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9차례 SMA를 체결했고, 올 연말 9차 협정이 만료된다. 내년부터 적용될 10차 새 협정이 필요하다. 4년여 만에 다시 한미가 협상에 착수한 이유다.

예상대로 협상은 난항 중이다. 3월 7~9일 미 하와이, 4월 11~12일 제주, 5월 14~15일 미 워싱턴에서 3차례 회의를 벌였지만, 아직 현격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외교부 전언이다. 가장 대립이 첨예한 쟁점은 언제나 분담 액수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외교부 당국자는 액수 논의와 관련해 최근 기자들에게 “진전이 거의 없다.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올해 우리 측 분담액은 9,602억원이다. 인건비 3,710억원과 군사 건설비 4,442억원, 군수 지원비 1,45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9차 협정 기간 동안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지난해 9,507억원으로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늘었다. 내년 분담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공산이 크다. 우리 측이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이라는 방위비 분담 취지에 어긋난다며 버티고 있긴 하지만, 핵 추진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 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에 출동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한국이 대야 한다는 미측 요구가 거세다고 한다.

우리가 미군을 부려먹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는 거꾸로 국내에서는 지금껏 북한 위협을 핑계로 미국이 우리를 봉(鳳) 취급해 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미측의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가 맞물리면서 이제 정부도 나서서 한 번 제대로 따져보자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무임 승차론이 허구라는 게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유준형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5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3조4,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 중이고 이는 주일미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주한미군 직ㆍ간접 지원 비용 현황)를 발표했다. 조사는 국방부 의뢰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정부의 직ㆍ간접 주한미군 지원 금액은 총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우선 매년 꾸준히 투입되는 ‘지속적 지원 비용’이 3조3,869억원이었다. 방위비 분담금 9,320억원 외에 도로 공사 등 기지 주변 정비비 1조4,542억원과 미군 통신선 및 연합지상전술지휘통제체계(C4I) 사용비 154억원 등 2조4,279억원이 직접 지원됐고, 무상 공여 토지 임대료 평가액 7,105억원, 각종 세금 면제 1,135억원, 상하수도ㆍ전기ㆍ가스사용료 감면액 92억원, 도로ㆍ항만ㆍ공항ㆍ철도이용료 면제 86억원 등 9,589억원이 간접 지원됐다. 여기에 ‘한시적 지원 비용’ 2조695억원이 더 들어갔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 7,169억원, 반환 기지 토지 오염 정화 비용 84억원 등이다. 따져봤더니 공식 분담금의 최소 세 배인 셈이다.

분담률도 마찬가지다. 최근 진보 성향 통일운동 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한미 양국 국방예산 등을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방위비 분담률이 72.6%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미가 공개해 온 우리 측 공식 방위비 분담율은 42%다. 평통사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와 자체 입수한 미 국방부 ‘2017 회계연도 운영 유지 예산 개요’ 자료 등을 근거로 수치를 도출했는데 평통사에 따르면 2016년 한미가 분담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각각 3조3,924억원과 1조2,823억원이었다. 한미 분담율이 역전된 것이다.

한국의 실질 분담률이 명목 수치보다 훨씬 크다는 건 미 보수 언론마저 동의하는 사실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3차 회의 직전인 13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한미군기지 토지 가치를 포함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80%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우리가 주둔하고 쓰는 시설인 만큼 미국은 동맹국의 분담금을 계산할 때 미군이 사용하는 토지의 가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의 지적도 인용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 수준은 미국의 어느 동맹국과 견줘도 높다. 유준형 선임연구원은 “2015년 기준 미군 주둔 지원 비용의 절대액은 6조7,758억원인 일본이 우리보다 크지만 주한미군(2만8,034명)보다 주일미군(6만2,108명) 병력이 한결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둔 병력 1인당 지원 규모는 되레 한국이 일본보다 40~50% 크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원 규모를 봐도 0.349%인 한국이 0.137%인 일본의 2.6배이고 국방비 대비 지원 규모도 한국(14.52%)이 일본(13.97%)보다 크다. 독일은 일본(50%)과 한국(42%)에 비해 명목 분담률(20%)부터 훨씬 낮다.

12일 열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도 변수다. 양 정상 간 합의가 한국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액에 전력자산 전개 비용을 포함하려는 상황에서 비핵화 및 평화체제 관련 합의로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이 줄면 미국 요구의 설득력이 약해질 거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더욱이 향후 미중 각축 구도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필리핀처럼 우리가 미국에 앞으로 주둔지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해도 미국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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