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북미 정상회담 둘러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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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김영철 통화 중 北 전격 제안
자유로운 南北 만남 성과로 봐야
獨 통일 전에도 비공개 회담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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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접촉 최전방에 한국계 전면
같은 민족 상대해 성공 가능성
美 CVID에 北 반영한 결론 찾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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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회담 성공 땐 ‘대동강 기적’
제재 풀리면 南北 경협도 가능
잠재력 인정 땐 대규모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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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패싱’ 우려한 아베 잰걸음
美日 정상회담으로 돌파구 모색
싱가포르도 경호ㆍ의전 등 긴장감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29일 한 트럼프 지지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으로 분장한 사람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북미 정상회담이 열흘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하면서 북한 측이 발 빠르게 몸을 낮췄고, 이 과정에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비공개로 진행돼 사후 공개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한반도 운명이 걸린 더 큰 뉴스가 이전의 충격을 덮는 전대미문의 긴박한 형국을 거쳐가고 있다. 세계의 눈은 북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쏠려 있다. 북미 양측이 사전협상에 속도를 내는 현 상황을 돌아보기 위해 본보 청와대팀과 외교안보팀, 베이징, 도쿄, 호찌민 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 김 위원장 왼쪽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청와대 제공

광화문 불나방(불나방)=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미 정상회담 물꼬가 다시 트였는데, 성사 배경은 뭔가요.

가끔 낮술(낮술)=남북 간에는 공식ㆍ비공식적으로 두 가지 중요 연락 채널이 있어요. 하나는 판문점 공식 채널인 통일부_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채널이죠. 남북 고위급 회담 같이 공식으로 진행하는 일을 담당하죠. 다른 하나가 바로 ‘스파이 라인’으로 불리는 국가정보원_통일전선부 채널입니다.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전부장 라인이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도 서훈_김영철의 주선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요. 25일 서훈_김영철이 통화를 하다가 김영철 측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전언’이라며 양국 정상 간 전격적인 만남을 제안했고, 26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만나 모임을 건의, 문재인 대통령이 전격 수락했다고 합니다. 하루 만에 전격적인 2차회담이 성사된 것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불나방=청와대 내 비밀 보안이 철저했는데 기자들은 귀띔도 못 받았나요.

낮술=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죠. 청와대 공보라인인 춘추관은 회담이 끝난 후에, 국민소통수석실도 회담 시작 직전에야 사실을 알았다고 하니 기자들도 하릴없이 ‘사후 통보’를 받아 드는 수밖에 없었죠. 회담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고 기자들에게 알린 것은 오후 7시 50분쯤이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청와대 공보라인에 ‘미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하네요. 일각에선 만남을 사후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해요. 다만 독일도 통일되기까지 7차례의 공식회담과 6차례 비공식회담이 있었다고 하죠. 언론의 관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등에서 자유롭게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눈 자체가 성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마음은 콩밭에=북한으로선 ‘판을 깰 수 있다’고 북한식 엄포를 놨다가 진짜 판이 깨질 상황이 되자 다시 지렛대가 필요해진 것이고, 남한도 중재자론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역할을 찾게 됐고요.

불나방=남북미 움직임에 김영철, 성 김, 최선희, 김창선 등 등장인물이 많은데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최전방에서 북측과 접촉 중인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KMC) 센터장 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민족끼리 상대하도록 하는 게 성공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일 터입니다. 남측에 천안함 폭침 주범 정도로 알려져 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이번 대화 국면에 핵심역할을 하고 있죠.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우리 북핵 외교 라인이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철들다 만 모모(모모)=개개인의 움직임보다는 국제무대에 본격 등장한 김정은의 맨 파워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어요. 진정으로 체제안전과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기존의 벼랑 끝 전술과는 다른 세심한 전략과 외교력을 보여줘야 해요. 김 위원장 측근과 외교라인이 이를 감당할 맨 파워를 갖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불나방=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면서 고강도 검증을 수반한 일괄타결을 요구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단계적, 동시적 해법으로 맞서고 있죠. 접점이 어떻게 마련될까요.

메아리=최우선 교환 카드는 서로 절실히 원하는 핵탄두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종전 선언,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 축소, 제재 완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등 북미 수교 정지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모모=미국의 주장이 관철되고 찬찬히 뜯어보면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듯한 그런 합의가 이뤄질 겁니다.

불나방=북미회담 성공시 이후 북한은 어떻게 변할까요. 한강의 기적에 이어 미국발 대동강의 기적이 정말 가능할까요.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끝)이 30일(현지시간) 만찬 테이블에 앉아 잔을 맞대며 건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옆에는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폼페이오 장관 접견 때 배석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센터(KMC)장이 앉아 있다. 뉴욕=연합뉴스

메아리=핵무기를 개발한 기술력에 풍부한 자연 자원, 훌륭한 노동력, 대륙ㆍ해양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자원 등이 결합되면 단기 고도성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잠재력을 인정 받는다면 대규모 투자도 자연스레 유치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일들이 가능하려면 제재가 풀려야 합니다. 제재 하에서는 남북 경협도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만약 북미관계가 정상화하고 북한이 경제 건설에만 고스란히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제2의 한국이나 중국이 되지 못하란 법이 없지 않을까요. 한국으로서도 결코 손해는 아닐 겁니다.

모모=미국발 대동강의 기적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구상하는 건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개혁ㆍ개방 로드맵을 현실화하는 게 아닐까요. 중국식이니 베트남식이니 그런. 요즘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계속 몰아붙이는 게 북한 시장 쟁탈전 차원이란 해석도 있죠.

불나방=일본도 재팬패싱을 우려해서 아베 신조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는데 실제로 다급한가요.

고구마와 사이다=대북 강경책이 그동안 아베 정권을 지탱해 주는 요인이 돼 왔는데요. 일본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단기적인 성과 도출에만 몰두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어요. 북한 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머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일본을 사정권으로 한 중ㆍ단거리탄도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까지 의제에 올려 성과를 얻으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죠. 이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기에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나 회담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제 조율 등 협상의 문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불나방=싱가포르도 바쁘게 돌아가는데 현지는 어떤가요.

호찌민 쌀국수=모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어요. 북미회담 장소 선정, 경호, 의전 문제를 협의할 북미 실무팀들이 28일 입국했죠. 30일엔 미국 준비팀들이 묵고 있는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측 차량이 나오는 게 취재진에 목격됐어요. 주싱가포르 대사관 직원들도 말을 아끼고 있고, 긴장감 팽팽합니다. 20일 전 이곳에 왔을 때 보기 어려웠던 경찰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달라진 분위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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