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공동취재단 후일담

“지방선거ㆍ드루킹 등 관심 많아
핵실험장 폐기 직접 봤지만
보여 주기 위한 폭파라고 생각”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행사를 취재 하기 위해 방북 했던 외신기자단이 26일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고려항공편에 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해 받을까봐 같이 동행했던 여기자에게 악수도 안 하려고 하더라.”

북한 관계자가 한국에서 불고 있는 미투(#MeToo)운동의 영향으로 여기자와의 악수도 꺼려했다는 후일담을 풍계리를 다녀온 공동취재진이 28일 전했다. 평양에서 온 북한 관계자들은 우리 측 6ㆍ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큰 호기심을 보였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23~26일 북한을 다녀온 한국 공동취재진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관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한국의) 지방선거 결과”라며 “‘서울에서 모 후보가 되겠죠’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북한 행정기관 관계자였기 때문에 최근 상황까지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동취재진은 북한 관계자들이 “드루킹도 알고 있었고 미투운동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3일 원산 갈마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뉴스 출력물 묶음’을 압수당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공동취재진은 “제목이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다 김정은으로 나와 있었다”며 “갈마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기사 모아놓은 것들을 압수해갔다”고 긴장됐던 현장 상황도 전했다.

북한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 관계자들이) 누가 취소시킨 건지,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시킨 건지 그걸(기사) 같이 보고 싶어했다”고 공동취재진은 전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강경파가 득세한 것이냐’고 물었다”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싶어하고 한국의 중재역할에 대한 기대도 큰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서 있었던 해프닝도 전했다. 한 북한 매체 기자가 한국 취재진에 “방사능 오염이 없다”며 3번 갱도 앞 개울물을 마셔보기를 권했고, 이에 우리 측 기자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부터 먹어보라”고 했지만 북한 기자는 먹지 않았다. 이에 우리 측 기자는 “먹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먹지 않았다”고 공동취재진은 전했다. 한 외신기자도 개울가 근처에서 수통 마개가 떨어졌는데, 그것을 주운 뒤 열심히 닦았다는 후문이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방문한 취재진의 우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갱도 문 쪽에서 1차 폭발이 일고 2차 폭발은 갱도보다 높은 지역에서 있었다”고 말한 공동취재진은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찍게 하기 위한 폭파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갱도가 일직선 또는 지하 방향으로 나있다고 알려졌지만 폭파가 갱도 윗부분에서 일어났다는 게 그 이유로, 1차 폭파는 크지 않은데 비해 2차 폭파에서 나무가 무너지는 등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문가는 공동취재진의 스트론튬ㆍ세슘 검출 검사로 풍계리 방사능 유출 문제가 밝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취재진은 이날 오후 원자력병원에서 방사능 피폭 검사를 받았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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