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속옷 차림으로 탈출하고 있는 이준석 선장의 모습. 서해경찰청 제공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여가 지나서야 선장이 적절한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비상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이준석(72) 전 세월호 선장처럼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들을 남겨두고 대피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수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2일 선박 침몰 등 비상 시 선장이 신속하게 상황 판단을 하고 정확한 대처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선원 교육에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이달 중 국내외 주요 해양사고 발생 사례와 사고 당시 선장의 조치 등을 분석하는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

심판원에 따르면 최근 주요 선박 사고는 위기 상황에서 선장들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적절한 퇴선 조치를 내리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확대됐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2014년 4월)가 대표적이다. 이 전 선장은 승객들에게 퇴선 안내 방송을 하거나, 외부 갑판으로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조치 없이 ‘나홀로’ 해경 구명정에 올라탔다. 구조된 이후에도 선내 상황을 알리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

같은 해 12월 러시아 베링해에서 기상 악화로 침몰한 원양어선 제501오룡호도 선박이 침수되고 가라앉는 상황에서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아 선원 60명 중 5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2012년 1월 4,000여명이 승선했던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수심이 낮은 해안에서 과속 항해하다 좌초했는데, 승객이 모두 대피하기도 전 선장이 퇴선해 피해를 키웠다. 총 30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현재 선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해양수산연수원, 수협 등은 비상 상황에서 선원 개개인에게 별도의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퇴선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퇴선이 필요한지, 언제 퇴선해야 하는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전무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도 흐른 뒤 진행돼 눈총을 받고 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최근 관련 대책 마련을 적극 주문했다는 게 심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장관도 취임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은 “비상 시 선장의 판단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국제해사기구(IMO)에도 교육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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