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스위밍꿀’ 황예인 대표
크라우드펀딩으로 책 내고
햄버거집서 모닝 홍보행사
작년부터 소설 두 권 발간
“소설책 팔아 먹고살기보단
작가에게 독자층 넓혀주고 싶어”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황예인 스위밍꿀 출판사 대표. 들고 있는 책이 그가 혼자 편집하고, 제작하고, 홍보하고, 판매한 정지돈 작가의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와 박솔뫼 작가의 '사랑하는 개'이다. 김주성 기자

TV다큐멘터리 ‘인간극장’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한국문학 1인 출판사 스위밍꿀의 황예인(35) 대표. ‘출판사를 한다, 혼자 한다, 그것도 한국문학을 한다’는 역경 3종 세트를 갖추었는데도 극한직업인 답지 않았다.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그는 요즘 말로 ‘쿨’했다.

황 대표는 문학 전문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 출신이다. 서울대 국문학과 대학원에 다니다 2012년 편집자가 됐다. 실력을 인정받아 ‘30대 초반 한국문학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6년 그만 뒀다. 보무당당, 독립의 깃발을 들고 나온 건 아니었다. “그런 프레임으로 보는 게 싫어요. 회사 리듬과 안 맞아서 쉬려고 나왔어요. 1인 출판은 얼결에 시작했어요. 또래 친구인 정지돈 작가가 같이 해보자고 해서요. 구청에 등록신고만 하면 출판사를 열 수 있으니까요.” 지난해 7월 낸 정 작가의 장편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가 첫 책이었다. 최근 박솔뫼 작가의 단편소설집 ‘사랑하는 개’까지, 두 권을 냈다.

‘작은 겁쟁이…’는 초판 2,000부를 찍어 1,200부쯤 팔았다. 책 팔아서 번 돈은 많지 않다. 생계는 어떻게 꾸릴까. “대필, 외주 편집 같은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아요. 문학 편집자가 귀한 편이라 일은 계속 들어와요. 일은 집에서 하고요. 1인 출판으로는 마이너스만 내지 말자는 게 목표예요.” ‘사랑하는 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500만원을 모아 만들었다. 책과 ‘박솔뫼 원두’라 이름 붙여 맞춤 로스팅한 커피, 작은 에코백을 묶어 팔았다. ‘작은 겁쟁이…’의 홍보 이벤트는 정 작가와 독자들이 아침 7시30분 맥도날드에서 만나 아침 메뉴인 맥모닝을 먹는 거였다.

귀엽긴 한데, 그런 식의 출판이 지속 가능할까. 대형 출판사와 평론가와 작가가 밀어주고 끌어준다는 문단 카르텔의 힘에 치이지는 않을까. “재미있는 소설은 얼마든지 있어요. 제가 잘 소개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고요. 어차피 문단 권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는 걸요.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작품 자체는 지루하지 않은데, 제도권 안에서 나온 탓에 그렇게 읽히는 경우도 있어요. 저만의 렌즈, 필터로 소설을 소개하려고 해요.”

황 대표는 “원 없이 책 읽고 돈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에 반해 편집자가 됐다. 책은 많이 읽었는데, 어느새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1년에 새 책을 20~30권 냈어요. 책을 소화하지도 못하고 내기 바빴어요. 매너리즘에 빠져 보도자료에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요. 저를 믿고 맡겨 준 작가들에게도 미안했어요. 독립한 뒤로 제작, 편집, 홍보, 유통, 회계까지 혼자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힘듦이에요.”

황 대표의 꿈은 크다. 소설책 팔아 먹고사는 게 아니라, 소설가들의 ‘자리’를 바꿔 주는 것이다. 정지돈에겐 ‘난해하다’, 박솔뫼에겐 ‘전위적이다’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독자층이 좁은 편이었다. “팬인 독자와 아닌 독자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작가들이죠. ‘작은 겁쟁이…’의 독자가 ‘가드 올리고 읽었는데, 예상 외로 재미있고 쉽더라’는 리뷰를 SNS에 올렸어요. 그런 독자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정 작가 책을 찾아 읽기도 하겠죠. 그런 성과면 저는 충분해요.”

출판계의 ‘글 값’은 여전히 싸다. 책에 싣는 추천사 등의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1장당 1만원~1만2,000원 정도다. 황 대표는 원고료를 올렸다. ‘사랑하는 개’에 글을 써 준 금정연 서평가에게 1장당 1만 5,000원을 줬다. 작가 인세도 큰 출판사와 똑같이 매겼다. “글에 드는 노력과 시간을 인정해 주자는 거죠. 큰 돈은 아니지만, 저의 시도로 많은 게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세속의 기준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나이인데, 그렇게 ‘퍼 주고도’ 미래가 불안하진 않을까. “미래보다는 하루하루가 불안하죠(웃음). 돈 걱정을 늘 하긴 하는데, 어차피 답이 없어요. 돈을 모으려면 적금도 들고 해야 하지만, 그렇게는 제 삶이 흘러가지 않네요. 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나이 들어 뭐라도 하면서 먹고살고 있겠죠.”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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