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세대들]

#1
차 종류ㆍ소요 시간 따라 방식 다양
‘급속’은 30분 만에 완충
‘완속’은 배터리 오래 사용
‘이동형’은 일반 콘센트에 꽂아
AC3상, DC콤보, 차데모 등 3가지
#2
아파트 위주 한국형 주거 환경 감안
고정형 충전기 설치 확대 쉽지 않아
언제 어디서나 충전 이동식이 대안
한국지엠 전기차 ‘볼트’를 사용 중인 김성태씨가 스마트폰으로 회사 건물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를 원격 조정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기차 이용자에게 충전은 ‘목숨’과 비견된다. 전기로 가는 차라 전기가 없으면 말 그대로 멈추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30분 안에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기, 3~5시간 걸리는 고정형 완속 충전기, 5~10시간이 필요한 휴대용 완속 충전기 등 3가지가 있다. 시간이 짧을수록 설치 비용은 비싸다. 1대당 가격은 급속 충전기가 4,500만원, 고정형 완속 충전기는 300만원, 휴대용 완속 충전기(이동형 충전기)는 보조금을 포함해 80만원가량이다.

전국의 급속 충전기는 환경부가 환경공단을 통해 설치한 공공 충전기 1,185대와 한국전력 등 민간 사업자가 제공하는 1,022대를 합쳐 2,000대가 넘는다. 2011년 33대를 감안하면 7년 만에 60배가 늘었다. 환경공단은 올해 안에 추가로 공공 급속 충전기 1,070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충전이 빠르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전기차 이용자들과 전문가들은 ‘급속 충전이 만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완속 충전 위주의 충전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속 충전기가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존재 자체로 안정을 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위약효과)’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휴대폰 충전하듯 귀가 후 집에 있는 완속 충전기에 꽂아 전기료가 싼 심야 전기를 이용해 밤새 충전하고 아침에 차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충전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완속 충전은 전기료가 저렴하고, 급속 충전보다 배터리를 좀 더 오래 쓸 수 있고, 100% 충전이 되기 때문에(급속 충전은 보통 94% 정도 충전이 된다)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 이용자 조하나씨가 서울 송파구 아시아공원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전기로만 달리는 전기차에 전기 충전은 생명 연장 수단이다. 하지만 차 종류에 따라 충전 방식이 제각각이고 충전기마다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이 달라 전기차 이용자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생긴다. 정부는 충전 방식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은 ‘팔(충전기 끝부분 구멍 모양이 서로 다른 충전기 종류)’이 3개 달려 있는 서울 송파구 아시아공원 주차장

관건은 대도시 인구의 약 70%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국형 주거 환경의 특징을 감안하면 자택에 고정형 충전기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특히 오래된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를 위해 별도 공간을 정해 놓고 충전기를 설치하는 게 만만치 않다.

국회가 최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켜 9월 13일부터 내연기관차량 등이 충전시설 내에 무단 주차하는 경우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뒤늦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적용 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들의 반발 때문이다.

휴대폰처럼 충전…이동형 충전기가 대안

따라서 이동형 충전기의 확대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자신의 회사가 입주한 건물이나 아파트 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일반 콘센트에 선 하나로 돼 있는 이동형 충전기를 꽂아서 휴대폰처럼 간단히 충전하고, 요금은 전기차 식별장치(RFID 태그)를 통해 따로 부과되는 방식이다. RFID가 있는 콘센트라면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장소에서 충전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충전 시간은 더 걸리지만 요금은 급속 충전기 사용료의 3분의 1정도만 내면 된다. 충전기는 50만~60만원 정도에 팔리는데, 이동형 충전기 서비스 회사에 가입하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정부도 지난 4년 동안 전국에 RFID 콘센트를 7만개 넘게 설치했고, 올해 안에 1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경기 화성에서 주말가족농장을 운영 중인 이원재씨가 집 앞마당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해 자신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을 충전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전기도 만들어 내고 지붕 역할도 하는 일석이조 효과라고 한다. 화성=홍인기 기자

이동형 충전기 방식 대중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동형 충전기를 쓰려면 이용자가 직접 건물 관리자, 아파트 관리소장,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에게 전기료를 따로 내는 조건으로 충전기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관리사무소 측과 신청자 사이 허가를 해주느냐 마느냐를 두고 갈등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최근 RFID 태그로 별도 등록하지 않고 이동형 충전기를 꽂아 쓰는 ‘얌체’ 이용자들이 생기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2025 전기차의 미래’ 저자이자 전기차 충전기 제작 회사 지오라인 대표를 맡고 있는 조성규씨는 “미리 등록된 사용자의 이동형 충전기만 전기를 공급받게 하는 장치를 개발해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정확히 사용한 전기에만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전기료를 둘러싼 갈등은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기 고장 안 나게 관리가 중요

충전기 수를 늘리는 데에만 치중하지 말고 유지 보수와 체계적 충전 시스템 구축 등 세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충전기 설치 못지않게 유지 보수가 중요하다며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관련 포럼 당일에 벌어진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 여성 국회의원이 직접 충전을 해보겠다며 한국전력이 국회 안에 설치한 충전기를 쓰려 했는데 3대 중 2대가 망가져 있다고 ‘폭로’ 했습니다. 행사장에 있던 한국전력 관계자들이 뛰어가고 난리가 났어요. 서울 한복판 충전기가 저럴진대 지방에 자주 쓰지 않는 충전기는 어떻겠습니까. 충전기가 고장 나 충전 못 한 경험을 하다 보면 ‘안티 전기차’가 됩니다.”

전기차 이용자 김재진씨가 개발한 전기차 충전 정보 애플리케이션 ‘이브웨어(EV where)’의 이용자 채팅방에는 실시간으로 전국 충전소의 충전기 상태를 공유하고 있다. 김재진씨 제공

공공 충전기, 민간 충전기 가리지 않고 전국 전기차 충전기의 위치, 충전 양식(차대모, 교류(AC)3상, 직류(DC) 콤보), 충전 상태, 고장 유무 등 정보를 수집해 이용자들에게 실시간 알려 줄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충전 사업자마다 충전 요금 결제를 위한 카드가 제각각이라 겪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처럼 모든 사업자의 충전소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연동(로밍)이 필요하다.

지역 따라 충전 가격 차별화 필요

현재 환경부, 환경공단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충전 인프라의 운영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민간 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드는 여건을 만들어야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겸임교수는 “설치 비용이 덜 드는 지방이나 많이 드는 대도시의 충전 가격이 똑같다 보니 정작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에 충전기를 설치하려는 민간 사업자가 많지 않다”며 “땅값이 비싼 곳이나 충전기 유지 보수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충전비를 더 받는 식으로 차별화해야 더 많은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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