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시는 국토면적의 16.6% 정도를 차지하지만, 총인구의 약 91.8%인 4,700여 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민들에게 “고향이 어디십니까”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농촌이라고 답을 한다. 설령 본인은 도시에서 태어났어도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은 대부분 농촌이기 때문에 그런 대답을 했을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농촌은 든든한 식량창고이자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치유 받는 마음의 고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5,000만 국민들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이 일손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내기며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과수열매 솎기, 밭작물 재배작업들이 산적해 있지만 일손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바삐 날뛴다’는 속담처럼 과거 농업이 중심이던 시대에도 농촌은 늘 일손이 부족했다. 하물며 농가인구가 242만 명까지 감소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42.5%에 달하는 현대사회에는 말해서 무엇 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11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농업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농업인들은 ‘시장개방 확대(14.6%)’나 ‘농업생산비 증가(14.0%)’보다 ‘일손 부족(16.6%)’이 더욱 절실하다고 답했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마늘 수확을 위한 지역 내 일손 부족 때문에 일당 외에 비행기표와 숙박비까지 부담하며 육지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절실한 우리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농협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영농의 기계화와 스마트팜 같은 첨단 농업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도 2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업인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무인분무기, 직파기 등 농기계를 지역 농축협에 공급해 농업인들이 보다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 지난해 농촌진흥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농가에 새로운 기술을 보급하는 한편, 청년농업인에 대한 스마트팜 대출조건도 완화했다. 영농초기 자금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에게 재무평가를 생략하고, 부분보증 비율도 기존 스마트팜의 85%에서 90%로 상향하는 등 자금지원에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영농기계화와 스마트팜이 정착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농협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상시적으로 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 영농작업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개수를 지난해 36개소에서 올해는 70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농작업에 숙련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영농작업반이 활성화되면 농촌 일손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농업인들이 무엇보다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은 농산물의 최종 소비자인 5,000만 국민이 농촌을 찾아주는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사실 농사일에 서툰 도시민들의 일손돕기는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마음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농업인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기차 안에서 바라본 농촌은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놓은 듯이 아름다웠다. 이제 농업ㆍ농촌은 단순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역할을 넘어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쉼터와 체험공간으로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펼치는 삶의 터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농촌을 사랑하고 농업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농산물 애용, 팜스테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요즘 같은 농번기에는 농업인이 절실하게 원하는 농촌 일손을 도와주는 것이 ‘때를 맞춰 내리는 비’, 즉 급시우(及時雨)가 될 것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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