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예정자 계룡건설 결정에
삼성물산, 입찰기준 문제 등 제동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회의실에 열린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류효진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예산 3,600억원 규모의 한국은행 본부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 자격 논란으로 착공도 못한 채 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이르면 18일 정부 분쟁조정기구에서 시공사 교체 여부가 판가름 나지만, 결론에 따라서는 기약 없는 사업 중단 사태가 이어지며 세금만 낭비될 수도 있다.

16일 한은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계약분쟁조정위)는 오는 18일 공사분야 소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이 한은 공사 입찰과 관련해 제기한 분쟁조정 청구안을 심사한다. 지난해 조달청이 실시한 한은 공사 입찰에 참가했던 삼성물산은 계룡건설이 낙찰 예정자로 결정되자 이에 반발, 분쟁조정을 청구했다. 당일 회의에선 분쟁 당사자인 삼성물산과 조달청이 배석해 각각 소명에 나선다.

조정안은 절차상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계약분쟁조정위 본회의에서 확정되지만, 낙찰예정자 교체 등 핵심적 판단은 사실상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되는 소위원회의 결정사항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만 “계약분쟁조정위 출범(2013년) 이후 회부된 사안 중 가장 중대하고 복잡한 문제라 소위원회가 추가적으로 회의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회의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조달청은 치열한 장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계룡건설이 입찰 자격이 없고 조달청의 개찰 과정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차점자였던 자사가 낙찰을 받거나 재입찰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계룡건설이 예정가격보다 높은 입찰금액을 써냈는데도 낙찰자로 결정된 것은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계룡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이 입찰공고문에 제시된 기준에 못 미치고 업체별 제안서 평가 때 심의위원들이 부당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조달청도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예정가보다 높은 입찰가 지적엔 이번 입찰 방식(실시설계 기술제안)의 경우 낙찰가격 관련 규정이 따로 없다는 논리로, 제안서 평가 논란에는 심의위원의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각각 맞서고 있다. 대부분 항목에서 평가점수가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일치한다는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심의위원 간 담합 의혹에는 “업체에 부여된 평가 순위에 따라 동일한 점수가 부여되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계약분쟁조정위가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시공사가 삼성물산으로 바뀌거나 재입찰 절차가 진행된다. 청구가 기각되면 기존 낙찰자인 계룡건설이 한은과 정식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분쟁 당사자들이 조정안을 따를 의무가 없는 터라 어느 한 쪽이 불복해 소송에 나설 경우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선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업이 장기간 멈춰 설 수도 있다. 이 경우 한은이 임시로 빌려 쓰고 있는 서울 중구 삼성 본관 사무실 임대료(월 13억원 수준) 등으로 예산이 낭비될 수 밖에 없다. 착공 여부가 결정되기 전 이사부터 한 한은에 대해서도 곱잖은 시선이 적잖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시공에 앞서 철거부터 진행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건물주이면서도 분쟁을 그저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올초 공사가 시작돼야 했지만, 이젠 아무리 서둘러도 상반기 내 착공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물산 청구를 기각하는 조정안이 나온다면 계룡건설과의 계약 협의를 재개하고, 청구가 인용된다면 조정 내용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삼성물산이 가처분신청에 나선다면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약 협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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